【웰링턴=AP/뉴시스】16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이슬람 센터에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총기난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물품들이 놓여 있다.
【웰링턴=AP/뉴시스】16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이슬람 센터에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총기난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물품들이 놓여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테러범의 첫 법정 신문은 1분여 만에 종료됐다. 뉴질랜드 테러범의 태연함에 놀란 세계는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CNN과 AP, 로이터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용의자인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28)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오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지방법원에서 열린 태런트는 전날 체포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태연한 표정의 그는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손가락 표시를 하고 판사가 살인 혐의를 낭독하는 동안에는 태연하게 무표정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이날 열린 테러범의 첫 법정 신문은 1분여 만에 종료됐다. 법원은 내달 5일 다시 출석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재로서는 혐의가 살인 하나뿐”이라며 “추가기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를 공포로 몰아넣은 테러범과 관련한 정보도 지속 보도됐다. 호주 ABC 방송은 태런트가 북한을 포함해 유럽,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곳곳을 방문했고 이후에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증거로 보여준 사진의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진 속 태런트는 다른 관광객들과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 있는 북한 양강도 삼지연 대기념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세계 여행 전에는 고교 졸업 직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호주 뉴사우스웰스주 그래프턴의 한 피트니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클럽의 매니저 트레이시 그레이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여행 기간에 그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원에 출석한 뉴질랜드 총격테러범 브렌턴 태런트. (출처: 연합뉴스)
법원에 출석한 뉴질랜드 총격테러범 브렌턴 태런트. (출처: 연합뉴스)

반면 뉴질랜드 당국은 테러범의 동유럽 여행과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을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티르 차차로프 불가리아 검찰총장은 태런트가 지난해 11월 9일에서 15일까지 불가리아 체류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터키에도 여러번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터키 당국도 조사에 착수했다. 터키 국영 테레테(TRT) 방송은 테러범이 2016년 3월을 포함해 최소 두 차례 터키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터기 당국은 태런트가 뉴질랜드에 가기 전 터키와 불가리아 등을 방문한 것에 주목하고 터기에서 만남을 가진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아 수사·안보 당국은 태런트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자동소총 탄창에 키릴 문자와 동유럽 언어로 글자가 적혀있는 것도 확인했다. 탄창에 적힌 글자 중에는 옛 오스만 제국에 맞서 싸운 영웅적 인물과 당시 유명한 전투이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경찰은 당시 테러범 태런트 외에 체포한 2명에 대해서도 연루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태런트를 포함한 용의자 3명 모두 범죄 전과가 없고 뉴질랜드나 호주에서 감시대상에 오른 적이 없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49명의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위한 애도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어려운 시간에 뉴질랜드인의 곁에 있을 것”이라며 “무슬림에 대한 공격은 뉴질랜드 민주주의와 개방, 관용의 사회에 대한 공격과 같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트위터로 “갈수록 늘어나는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의 최근 사례”라며 “이 개탄할 행위의 목표물이 된 이슬람 세계와 뉴질랜드인에게 터키를 대표해 조의를 표한다”고 밝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에 애도의 뜻을 표명하고 아던 총리와 통화하면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세게적으로 이슬람 혐오에 대응하고 모든 형태의 폭력적 극단주의를 뿌리 뽑기 위해 더 협력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테러가 발생한 이슬람사원 인근에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자들이 이슬람사원 인근 도로에 꽃이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민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가 가족 등을 돕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과 할랄음식 기부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편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가 A등급 총기면허를 소지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를 통해 합법적으로 총기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총기 법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2곳을 공격해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범이 사용한 총기는 5정 중 2정이 반자동 소총이고 2정은 신탄총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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