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北, 핵 실험재개 운떼며 美압박

美, 하노이담판 당시 입장 고수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미국이 ‘빅딜’ 입장을 고수하며 제재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가운데 한동안 공식 입장을 내지 않던 북한이 15일 핵·미사일 실험 재개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과 관련해 북미 간 기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외신들을 대상으로 연 평양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도, 이런 식의 협상을 할 생각이나 계획도 결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미사일 실험 재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상당히 위협적인 발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의 방북 때 북한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되자 보름 만에 핵·미사일 실험 카드를 꺼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과거 장거리 로켓 발사가 이뤄졌던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미 간 조성된 협상 분위기는 급변화해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극단적인 전개보다는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며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코자 ‘기싸움’ 성격의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 부상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밝혔다.

그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비타협적인 요구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협상 무산의 책임을 이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결정권을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는 기대를 거는 ‘톱다운’ 협상 기조를 내비쳤다.

다만 북한은 이번 최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앞세워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만은 확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확실히 하고 있어 북미 간 대화는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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