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꽃 기상도‑나천수
남도 꽃 기상도‑나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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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꽃 기상도

                                                    나천수

꽃밭에도 기상도가 있으니

고기압, 저기압, 한랭전선, 온난전선 따라

바람, 눈, 서리, 장마, 집중호우, 태풍으로

꽃이 주는 체감온도는

영도에서 백도를 오르내린다.

 

온도에 따라 꽃구름 띠가 만들어 지고

같은 온도끼리 선을 그으면

그것이 등고선의 기상도라,

 

등고선 따라 꽃구름이

꽃 비(雨)가 되든지, 꽃 눈(雪)이 되든지

멀리서 보면 마치 마스게임 하듯

꽃 군무 춤을 추는 것 같아

1월부터 12월까지 일 년 내내

꽃 기상 예보도 하고

화산(花山) 폭발의 꽃 뉴스를 하는구나.

 

남녘에서 불어오는 꽃물결 파도

오동도 바위에 부딪치면

붉은 피 흘리는 동백이 되고

섬진강에 부딪치면

소복한 매화꽃 백설이 되고

지리산에 부딪쳐 산수유 꽃물 소낙비로 쏟아지니

섬진강 물이 벚꽃으로 범람하여

꽃이 사람인지

사람이 꽃인지

꽃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섬진강물에서 허우적거리는구나.

 

꽃구름 씨가 민들레 홀씨처럼

고기압의 기류 따라

남도 땅, 들로, 강으로, 산으로 퍼지어

하늘 덮는 왕 꽃구름으로 커지더니

드디어 남도 땅 전역에 꽃비를 쏟아내는구나.

 

꽃 번개, 꽃 뇌성 소리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찢어지는 듯

화산(花山)은 화산(火山)처럼 폭발하는구나.

유달산 개나리 꽃 목포의 눈물 되고

약산에 진달래 꽃 김소월 되고,

일림산 철쭉 꽃 봉홧불 되고,

월출산 벚꽃 왕인박사 되고,

영산강 유채꽃, 나주 들판의 배꽃, 함평의 나비 꽃

영산강, 섬진강에 띠운 꽃배 타고

꽃이 멀미하는지,

꽃구경하는 사람이 멀미하는지

꽃 이파리 마구 토해내고 있으니,

 

봄에만 꽃 피랴,

백련지의 연꽃이 뙤약볕에서 피고

보리 꽃, 쌀 꽃, 딸기 꽃, 오이 꽃

꽃 중에 꽃 아닌가,

이 꽃 피어야 배가 부르니,

 

가을되면 피는 꽃

불갑사의 꽃 무릇, 다비의 불꽃 되고

백양산의 단풍 꽃, 산불이 되고,

순천만의 갈대꽃,

천관산의 갈대꽃, 꽃이 아니랴,

 

꽃밭이 없다고 꽃을 피우지 못하랴,

섬과 바다에서 피는 일출 꽃, 일몰 꽃

하늘을 덮고 땅을 덮는

이 꽃처럼 큰 꽃 어디 있으랴,

 

겨울이라고 꽃 없으랴,

과수원의 눈꽃

남도 들녘의 서리꽃

초가집 처마 밑의 얼음 꽃

긴긴 겨울 눈꽃 잔치로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봄꽃이 오자마자

꽃샘추위 한랭전선 꽃바람으로

질투를 하는구나,

 

어화! 세상 좋을시고……

남도 땅에 꽃이 피누나,

남도 하늘에 꽃이 피누나,

남도 바다에도 꽃이 피누나,

남도 사람이 꽃으로 피누나,

하늘, 땅, 바다, 사람을 한데 묶으니

남도가 꽃다발이로구나……

 

◆나천수

나주출생

전남대 문학박사

시집

남도답사 2번지 길

남도답사 3번지 길

남도답사 4번지 길

남도답사 5번지 길

2005년 호남투데이 무진주 문학상 시 부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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