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석으로 나가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2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석으로 나가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2

대통령 비판… 여야 功守만 바껴
朴 귀태… ‘北대변인’ 이상의 인신공격
정치수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아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강성 발언’을 두고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고 과도할 정도로 비판을 퍼붓자 과거 민주당이 벌였던 발언들과 정면으로 부딪쳐 ‘내로남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2일 나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말하자 민주당 소속 의원이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민주당의 한국당 비난은 날이 지나도 수그러 들지 않았다. 지난 14일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나 원내대표의 연설로) 탄핵부정과 국정농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 실체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가짜뉴스와 거짓선동으로 일관된 연설”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박경미 의원은 “내부결집을 위해 바깥으로 독설을 쏟아내는 것은 일본의 아베 총리가 쓰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 연설의 문제점을 비교적 조목조목 지적한 것인데 문제는 초기 대응이 너무 감정적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사태 첫날 “도핑검사 시급” “일베 방장” 등의 격한 표현과 “사시 공부할 때 헌법 공부를 안 하나”는 식의 비아냥과 조롱까지 퍼붓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런 비난은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모독하는 발언이 도를 넘은 것”이라고 발끈한 것과 관련, “국가원수모독죄와 유언비어유포죄라는 황당한 죄목으로 시민의 입을 막던 유신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시절”이라고 받아친 바 있다.

또 당시 우상호 의원도 SNS에 “야당 의원의 유일한 무기인 입과 말을 막는 것은 야당 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이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3년 7월 민주당 원내대변인이던 홍익표 의원은 “만주국의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라며 ‘김정은 수석대변인’ 이상의 인신공격을 퍼붓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로남불은 민주당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도 전신인 새누리당·한나라당 때 이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은 최초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재봉틀)으로 박아야 한다”고 말해 모욕죄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냈다.

한나라당 이상배 당시 정책위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본 순방 다녀온 것에 대해 “한국 외교사의 치욕, 등신 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병호 한나라당 홍보위원은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생긴 것이 (개구리) 같다”며 인신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도를 넘은 비판으로 벌어지는 정쟁, 반대를 위한 반대 같은 ‘적폐 청산’하기 위해 세워진 정권인 만큼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자신들이 끊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30대 젊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공정하지 않아서’라고 분석한다.

이는 정치권에 대한 젊은세대의 눈높이가 높아진 이때, 정치권도 이에 발맞춰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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