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다며 ‘협상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 외신 기자들과 외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긴급 회견을 열고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도, 이런 식의 협상을 할 생각이나 계획도 결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타스와 AP통신, 연합뉴스 등이 전했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미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미국에 공을 다시 넘긴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 부상은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계속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짧은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조만간 북한의 추가 행동을 발표할 공식 성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또 최 부상은 “미국은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최 부상이 언급한 ‘미국의 요구’란 미국이 2차 핵 담판 결렬 후 다시 강조한 “단계적 비핵화는 없다”는 ‘일괄타격식 빅딜론’이다.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내세워 연일 ‘빅딜론’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인권보고서 내 표현의 수위를 낮추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동시에 보내왔다.

최 부상이 실험 중단 유지 여부 등을 곧 결정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실제로 실험 재개나 일종의 ‘도발’ 행위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미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북한의 ‘하노이 약속’이 깨지게 된다.

최 부상의 기자회견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국제적 대북 제재 공조를 강조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찾아간 와중에 진행됐다.

미국 측은 일단 판 자체가 깨지지 않도록 북한의 정확한 의도 파악에 나서면서 ‘다음 수’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북핵 해결사라고 자평하면서 북한 문제를 대표적 외교 성과를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대치가 회담 전으로 회귀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껏 “전임 행정부들의 잘못된 협상 과정을 발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기조를 유지하면서 ‘강대강’ 대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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