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에 규정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이번에도 국회가 법을 어겼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 전 13개월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24조 11항). 내년 4월 15일 21대 총선일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선거구 획정안은 이미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제출됐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논란 끝이 없다. 따라서 이번에도 법정 기한을 넘겨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한건 지정) 추진을 위해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견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당초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 국회제출 시한인 오는 15일까지 단일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세부적인 이견이 워낙 크고 공수처 설치를 위한 관련법을 놓고서도 이견이 많아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법정 시한은 물론 스스로 정한 데드라인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포함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더 이상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바른미래당도 지역구 축소를 전제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이다. 그러면서 완전한 연동형 비례제로 가야한다는 강경 입장이다. 여기에 공수처 설치 등의 개혁입법까지 동시에 맞물리고 있어서 여야간에 상당한 진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최종 타결까지 갈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이런 상황이라면 집권당인 민주당이 더 앞장서는 것이 옳다. 선거법 협상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리고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며 동시에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이미 수많은 논의 끝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표계산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집권당인 민주당이 다소 양보하는 모습으로 야3당의 손을 잡고 대신 공수처법 등에서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게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선거제 개혁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한 마음이다. 이제 민주당이 세부적 합의를 통해 빨리 단일안을 만들어 내고 곧바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칫 꼼수나 내밀한 전략 등이 개입되면 앞으로는 될 일도 안 된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동참하지 못하는 것은 유감이지만 몽니나 판깨기 등이 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라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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