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벤처 투수’ 박찬호가 찾은 기회비용
[스포츠 속으로] ‘벤처 투수’ 박찬호가 찾은 기회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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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야구, 축구, 농구 등 프로스포츠에서 기량이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프로에 곧바로 진출한다. 대학을 거치지 않고 프로에 직접 가는 것은 대학의 기회비용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을 위해 포기한 모든 것을 말하는데, 대학을 포기하고 프로선수가 되는 경우 대학에 다닐 때보다 월등히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대학진학의 기회비용이란 대학을 가면서 포기해야 하는 비용을 의미하는데 스타선수들은 이 기회비용이 큰 관계로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프로로 간다.

지난 1994년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 중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 1년 전 미국 버팔로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 국가대표 주전투수로 미국땅을 밟았지만 그에게 메이저리그는 큰 부담감이 가는 무대였다. 아직 기량이 설익은 단계에서 한국야구의 자존심과 개인의 명예를 걸고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에게는 성공 아니면 실패,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 메이저리그에서 인정을 받든가, 그렇지 않으면 참담한 실패를 안고 보따리를 싸들고 한국으로 돌아오든가. 잠깐 메이저리그 투수로 나섰다가 마이너리그를 수년간 전전해야했다.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와신상담, 재기의 칼날을 무섭게 갈았던 덕분에 그는 마침내 화려한 메이저리그 생활을 펼칠 수 있었다. 2012년까지 아시아 선수론 최장인 17여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많은 승리를 올렸고, 엄청난 돈과 명예가 뒤따랐다.

LA 다저스, 텍사스 레인저스, 뉴욕 양키스 등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구단들을 돌아다니면서 그는 남다른 미국 인맥을 다질 수 있었다. 구단주, 단장, 선수, 마케팅 관계자, 팬, 스폰서 미국 기업 등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 개인적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당시에는 경기력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이들인 줄 알았다. 오로지 야구만을 생각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메이저리그의 성공을 위해서 이들은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메이저리거 박찬호에게 이들은 포기를 해야만 했던 기회비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현역 은퇴 후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했던 그가 최근 벤처업계에 뛰어들어 사업가로 나서면서 미국서의 기회비용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글로버 스타트업 액설러레이터 스파크랩에 벤처파트너로 합류해 스타트업 지원 및 투자에 나서게 된 것이다. 스파크랩은 한국, 미국, 중국, 대만, 홍콩, 호주 등에 진출해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 스타트업 액설러레이터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스파크랩 공동대표 버나드 문과의 인연으로 참여하게 됐다. 메이저리그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 진출에 필요한 정보를 스타드업에 전하는 멘토 역할을 할 계획이다. 미국에서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드업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화려했던 메이저리그의 세월을 헛되게 보내지 않기 위해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만났던 여러 관계자들과 자주 교류를 이어 나갔다.

해외에서도 유명 스포츠스타들이 선수생활에서의 경험을 살려 벤처 사업가로 나서는 사례가 자주 있다. NFL 수퍼볼 MVP 3회 수상의 전설적인 쿼터백 조 몬태나, NBA 스타 출신 코비 브라이언트, 메이저리그 데릭 지터와 축구의 데이비드 베컴 등도 은퇴 이후 이름난 사업가로 새 명함을 내밀었다. 현역 때 기회비용이 크다고 거들떠보지 않던 게 은퇴 이후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기회비용이 크다고 그냥 날려 버리기 보다는 현역 시절에도 뭔가 앞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눈여겨 봐둘 필요가 있다. 벤처 사업가 박찬호의 변신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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