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자유전선 준비위원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선거가 며칠 전 치러졌다. 형식적이나마 5년마다 열리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선거에 대해서는 필자에게 남다른 아픈 기억이 남아있다. 우선 북한의 선거는 기본적으로 주민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보편적인 일반사회의 차원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 이 또한 철저히 주민을 통제하는 체제유지 시스템의 일환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사회의 기이한 특수성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해당주민들이 정확히 북한사회 내부에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정치사상적인 교육의 빅 데이터가 된다는 사실에 기겁을 할 것이다. 항상 최고인민회의 선거가 끝나면 99.9% 참가에 100% 찬성이라는 수치를 발표하는 북한당국의 행태를 보면 모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해진다.

이런 방식으로 주민들의 존재유무와 사상교양의 실태를 파악하는 북한당국의 감시의 눈을 이미 알고 중국 등지에 나와 다양한 사업에 종사하는 북한인들은, 선거 때가 되면 부담과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내부로 다시 돌아가 선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위장확인(?) 시키고 되돌아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필자 또한 북한주민의 인권을 위해 목숨을 건 활동을 하던 북한인이 투표하고 다시 나오겠다고 하고서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결국 북한내부의 의인(義人)은 주민통제와 체제선전을 위한 선거제도로 말미암아 투표소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보위부에 의해 체포되고 만 것이다. 이런 사회가 북한이고 이 같은 악의 세력을 머리위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 게 대한민국이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 김정은이 빠지고 김여정이 공식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살아있는 신으로 떠받드는 존재가 대의원이 되든 안 되든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백두혈통의 노예들인데 노예주가 감투하나를 더 가진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선거와 투표는 국민의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핵심적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선거라는 제도로 그들만의 정부와 대의기구 등을 구성한다. 여기서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형식과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선거제도라고 하면, 보통, 평등, 직접, 비밀이라는 4가지 기본원칙을 가진다. 다만 나라에 따라서는 간접 선거를 채택하기도 한다.

여기서 보통선거는, 사회적 신분·교육·재산·인종·신앙·성별 등에 의한 자격요건의 제한 없이 일정한 연령에 달한 모든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선거권을 인정하는 것이고, 평등선거는 인정된 선거인에게 1인 1표라는 투표가치를 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이며, 모든 선거행위 과정에서 비밀선거 등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선거당일 투표소에 가서야 자신이 찍어야할 후보자를 알게 된다. 그것도 복수의 후보가 아닌 단수의 후보를 대상으로 반대표를 던지려면, 별도의 표기를 통해 별도의 투표함에 투입해야 하고 그마저 감시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투표해야 하는 것이 며칠 전 진행된 선거다. 이게 정상적인 사회일 수 없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들의 반응을 보면 북한의 노예선거제도를 하나의 흥밋거리정도로 취급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노예선거제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많고도 많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김정은 대변인 운운했다고 국가원수 모독죄가 어떻고 하는 판에, 북한대변인 소리 듣지 않으려면 한반도에 노예선거제도를 여지껏 유지하는 김씨 왕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라도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인도적 지원 등을 제공할 때 하나의 조건부라도 걸든지 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