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배우고 익히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심리·정서적으로 단절하며, 개인적인 공간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은둔형 외톨이’로 불린다. 본지는 기획 연재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특징은 무엇이 있으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분노표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분노표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분노에 대해 본능적인 반응”

“자극하는 언어·태도 멈춰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제가 아버지를 공격한 적이 있어요…. 따귀를 때렸지요.”

‘은둔형 외톨이’인 A씨는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고백하며 이렇게 말했다. A씨와 같은 입장에 있는 이들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밥도 홀로 먹고, 가족 간 대화도 없으며, 말을 걸면 화부터 내고, 욕을 하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내일은 학교(또는 직장)에 나갈게”라고 말하며 믿어달라고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거나 또 다른 이유를 대며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는 일을 반복한다. 가족과의 갈등은 지속되지만 고립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 66% 폭력 표출

오상빈 심리상담사의 연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의 다수는 가족에게 다소 과격한 행동을 하는 ‘부정적 분노표현’을 경험한다. 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폭력을 멈춰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으면서도 표면적으로는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낸다.

‘분노’ 자체는 인간이 느끼는 기본정서 중 하나로 적절히 조절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은둔형 외톨이는 분노에 대해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욕을 하거나 물건을 부수고, 심한 경우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는 것이 오 상담가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 중 66%는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21%는 가족 외 폭력 행사, 18%는 기물파손 등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제작진이 은둔형 외톨이와 가족들 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0%가 가족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관심 받기 위해 폭력성 나타내기도”

분노의 표현방식은 보통 분노억제, 분노표출, 분노조절 등 3가지로 나뉜다. 분노억제는 분노를 경험하는 상황에서 감정이나 생각, 기억을 억누르거나, 삭이는 행동으로 분노를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분노표출은 비난, 욕설, 언어적 폭력, 극단적 모욕 등 언어적·행동적 공격을 말한다. 반면 분노조절은 자신의 분노경험을 지배·조절하고 잘 관리해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도록 건전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분노조절에 어려움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지나친 분노억제 또는 분노표출을 보인다.

오 상담가는 “적절한 분노표현과 억제는 사람이 생활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행동이며 정신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서 “하지만 지나친 분노표현이나 억제는 신체·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위축된 은둔형 외톨이는 관계를 인지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이들은 특정한 상황에 맞도록 자신의 분노표현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해 분노표출을 과격하게 하거나 분노억제로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은둔형 외톨이가 폭력을 행사한 경우 자신을 포함해 부모·친척·지역사회 등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어려운 문제가 되기도 한다”며 “이는 ‘묻지마 범죄’와도 연결된다. 이 범죄의 특징 중 한 가지는 가해자 대부분이 ‘은둔형 외톨이’ 경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 상담가는 “은둔형 외톨이는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분노표현을 ‘공격’이라는 폭력적인 행동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누군가가 자신의 폭력을 멈춰줬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폭력을 행사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성장 과정이나 집 밖에서 온화하고 착한 사람으로 알려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과격한 행동엔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슬픈 분노감정과 관심 받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건강한 분노표현 할 수 있게 도와야”

오 상담가는 은둔형 외톨이의 폭력성을 근본적인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대안이 될 수 있는 부분으로 ‘건강한 분노표현’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건강하게 분노표현을 할 수 있도록 대안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가 분노 감정에 쌓였을 때 종이 찢기나 운동하기, 노래 부르기 등 폭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보이는 행동에 대해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함도 강조했다.

오 상담가는 “폭력은 어떤 경우라도 거부해야 한다”며 “의연하고 일관성 있게 대응하며 폭력에 반대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모만으로 어렵다면 친척이나 이웃 등 제 3자가 개입하도록 해야 한다”며 “심한 폭력에는 경찰의 개입도 활용하되, 폭력이 잠시 행사되지 않더라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은둔형 외톨이의 폭력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자극하는 언어나 태도 등을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태도에는 부모의 간섭이나 잔소리, 타인과의 비교, 비난, 무시, 욕설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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