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주민들에겐 아니 우리 모두에겐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60년 전 악몽의 그날을 또다시 떠올리게 한 평화롭던 작은 섬, 그곳엔 대량 인명살상을 목적으로 한 방사포가 연평도의 궤멸을 목적으로 치밀하고 의도된 공격으로 감행됐다. 무차별 공격으로 아까운 젊은이의 희생 또한 감수해야 했고, 어민들은 생활의 터전을 버리고 마치 실향민의 신세로 전락해 정든 섬을 떠나고 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연평도민들의 생활안정이 조속히 해결되길 우선 바란다.

언제나 소를 잃고 난 후에 외양간을 고치려 하던 습관적이며 관행적 사고에서 제발 탈피하길 이참에 부탁해 본다. 그래도 소를 잃은 후라도 외양간은 고쳐져야 하겠다.

먼저 지도자들의 의식과 군사적 제도의 개선, 군비의 효율적이며 적재적소에 맞는 적용, 적정(敵情)을 통한 동향 내지 적의 능력 분석, 효과적 대비태세의 시스템 등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으며, 두 번 다시 나라 망신과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부터 지적해 본다.

북(北)은 왜 이같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했을까. 아니 도발을 넘어 자기 무덤을 팠으니, 이젠 북의 존립의 한계가 눈앞에 왔음을 암시한다 해도 틀리진 않겠다. 심지어 EU 사절단이 북한의 원조를 위해 방북한 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다 보니, 사절단은 기간 중 북측의 어처구니 없는 만행을 접하고 일정을 중단하고 황급히 떠나는 사태를 북측은 지켜봤을 것이다.

남북의 문제는 언젠가부턴 남과 북의 문제만이 아니다. 온 세계의 문제라는 점은 이젠 다 아는 사실이다. 원조 중단은 물론 안보리 회부 등 세계는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한목소리를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내고 있다. 즉, 세계는 금번 연평도 사건을 통해 글로벌화된 세계에 걸맞게 신속한 결속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에 의해 공격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지만, 대체로 김정일의 후계체제의 안착을 위해서란 견해다. 즉, 아들 김정은을 통한 3대 세습을 구축하기 위해 천안함 사태에 이어 또다시 동족의 가슴에 흉탄을 서슴없이 날렸다는 천추에 씻지 못할 오점을 남긴 것이다. 즉, 후계자 김정은의 군사적 카리스마를 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함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일 또한 후계자의 면모를 인정받기 위해 저지른 이른바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과 1983년 아웅산 사건 등이 좋은 예다. 또 갑작스레 2천 개의 우라늄핵시설을 공개하는 등 연평도 공격을 토대로 미국을 6자회담장으로 빨리 끌어들이기 위한 속셈이다. 회담을 통해 평양이 더 이상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대가로 막대한 원조를 얻어내려는 속셈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10년 동안 공들여온 NLL의 무력화를 시도한 치밀하고 의도적이고 다발적인 국내적 대남전략이며 국제적 전략인 것이다. 그래서 도발이 아닌 명백한 공격이며, 그 공격의 주된 의도는 한마디로 ‘체제 공고화’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주변국 중 러시아와 중국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북한의 차후 행보와 판단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한미연합훈련으로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과, 민간지역에 포를 발사해 인명을 살상한 사실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 문제는 안보리에 즉시 회부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외교부 논평을 통해 강도 높게 지적했다. 그러나 6자회담 우선이란 중국의 견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점은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중국은 안타깝게도 북한 감싸기로 돌아섰다. 이는 중국의 시대착오적 판단이며, 하나의 지구촌시대 내지 글로벌화된 미래에 역행하는 오점을 남기게 되는 순간이다. 또 중국은 미래의 세계 대국의 꿈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세계 여론에 지극히 역류하고 있으며, 위험한 수순을 밝고 있다.

결국 모처럼 찾아온 세계 맹주국의 꿈은 비인도적 만행의 주범인 범죄 조직과 하나 된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며, 세계는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음을 냉철히 판단해야 할 것임을 경고한다. 그리고 그 꿈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음도 명심해야 한다.

이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한반도의 급한 기류 속에서 우리 또한 치밀하고 신속하며 대범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모두(冒頭)에 언급한 바와 같이 전천후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어디로 튈지 모를 상황에 능동적이며 적극적 대처만이 우리도 살고 인류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요망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남과 북의 문제는 더 이상 이 민족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엄연한 사실이다. 하나의 지구촌시대에 공존의 의미를 실감케 하는 마지막 남은 분단의 현장. 세계는 이 민족에게만 해결점을 미룰 것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이번 연평도 공격은 세계에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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