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부터 극우 성향 발언까지

상처 받은 성도들, ‘가나안’ 신앙

“특권의식 문제… 평등 노력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교회가 멍들고 있다. 교계 안팎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야 할 목회자가 말씀이 아닌 세상적인 막말을 쏟아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평등’ ‘사랑’을 실천해야 할 목회자들이 교인들을 무시하고 막말을 퍼붓는다는 지적이다. 영혼의 안식처가 돼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성도들에게 상처와 모욕을 주는 사례가 발생해 상처를 받은 일부 성도들은 교회를 나와 가나안(교회 ‘안나가’를 거꾸로 읽음) 신앙을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목회자들이 권위를 내려놓고 ‘탈성직’을 통해 윤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몸집이 서양 여자 덩치니 골프나 쳐라.”

A(24, 여) 씨는 지난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4년 다닌 교회를 최근 그만 다니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어릴적부터 다닌 추억이 많은 교회였지만 최근 목사가 바뀐 후 모욕적인 폭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새로 부임한 목사는 A씨에게 외모를 평가하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목사의 막말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 충격에 일주일 동안 밖에 못나가고 집안에서 오히려 자책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 나만 예민한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웠다”며 “교회가 이젠 무섭다”고 토로했다.

서울 한 대형교회에 다니는 C(26, 여)씨도 최근 담임 목사의 막말로 인해 교회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C씨의 설명에 따르면 교회 담임 목사는 C씨를 청년회 한 자매와 비교하며 “00는 늘씬하고 몸매도 빵빵하고 볼륨감도 있고 좋은데 C는 더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C씨는 “성희롱적인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목사님의 모습에 놀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인 D씨는 출석하던 교회의 목사가 “중고등부 남학생들을 한자리에 앉혀놓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마누라 얼굴이 달라진다’고 설파했다”며 “도가 지나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교회를 떠났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성도들을 대상으로 내뱉는 목회자들의 막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대형교회 목사들의 여성비하, 타종교폄하, 극우 성향 발언 등은 꾸준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왔다.

여신도 성추행 사건으로 유명한 전모 목사는 지난해 9월 예배 설교에서 “청년들에게 핍박, 학대, 가난하게 만들면 애가 막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해 ‘청년 비하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또 가장 보수적인 교단으로 알려진 예장 합동의 총회장이었던 고(故) 임모 목사는 과거 총신대 설교에서 “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 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택도 없다. 여자가 기저귀 차고 어디 강단에 올라와”라고 말하는 등 ‘여성비하’ 발언으로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일명 ‘스타 목사’라 불리는 장모 목사는 미국에서 열린 한 대중집회에서 “불교가 들어간 나라치고 잘 사는 나라가 없다”면서 “000(자신의 이름)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 스님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예수 믿어라”라고 말해 불교 혐오 논란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부회장이었던 조모 목사는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하는 막말을 쏟아내 유가족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바 있다. 오정현, 전광훈, 김삼환 목사 등도 ‘세월호 막말’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최로 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서 열린 ‘문재인 탄핵 3.1절 범국민 대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최로 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서 열린 ‘문재인 탄핵 3.1절 범국민 대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목사들의 막말 파문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는 지난 3월 1일 한기총 주최로 서울 광화문 새문안교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를 파괴하고 북한에 갖다 바쳤다. 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발언해 도마에 올랐다. 전 목사는 개신교 진보 성향의 NCCK를 좌파라고 규정하며 임기 안에 해산시키겠다는 발언까지 내뱉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인들 사이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들의 입에서 나오는 막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일까. 실제 최근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혼자 신앙을 지키는 가나안 신앙인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실천신학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절반 이상은 가정 예배를, 40% 가량은 형식 없이 혼자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계에서는 목사들의 이러한 비도덕적인 막말 행태를 없애기 위해서는 목사들이 특권 의식에서 깨어나고, 탈성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선 한국신연구소 대표는 “목사들의 막말은 결국 자신들만이 하나님께 택함받았다, 거룩하다는 등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종교인들 스스로가 탈성직을 통해 권위가 아닌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성직이란 하나님 대신 목사를 과도하게 섬기는 현상을 탈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최근 신학계에서 대두되는 아젠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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