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반발하고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사서들이 이번에는 외규장각 도서의 디지털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조의궤 296권을 한국에 대여하기에 앞서 연구자들을 위해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BNF 사서들이 주장하는 디지털화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외규장각 도서 대여를 반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외규장각 도서의 디지털화는 이미 한 차례 진행된 바 있다. 한국과 프랑스는 2007년 5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외규장각 도서 296권 중 한국에 없는 유일본 30권에 대한 디지털화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만일 나머지 266권에 대한 디지털화를 실시한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문제다. 사실상 외규장각 도서 대여에 대한 반발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외규장각 도서의 조기 인도가 성사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프랑스의 유력 신문 르몽드 25일자에 따르면 BNF 사서들의 도서반환 반대성명 서명이 당초 11건에서 일주일 사이에 284건으로 늘어났으며 외규장각 반환 합의에 대한 논란이 크다고 심층 보도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사서들이 공공연하게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특히 BNF 직원 대다수가 반대 성명서를 내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BNF 사서들이 외규장각 도서 대여에 대한 대가로 한국 문화재를 대여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탈문화재를 두고 반환도 아닌 ‘대여’라는 이름으로 선심 쓰듯 인도하면서, 또 다른 문화재를 요구하는 심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씁쓸할 따름이다.

우리 문화재가 세계가 탐낼 만큼 위대한 것이기에 선뜻 내주기가 아까워서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고 상식이 있다면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을 배 아파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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