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군 당국의 위기 대처 능력이 또 시험대에 올랐다. 장비결함, 말 바꾸기, 소극적인 대응 태도 등이 이번에도 문제가 됐다. 천안함 사태를 겪은 지 불과 8달밖에 되지 않았다. 군의 대응 태세가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3일 오후 2시 34분 북한의 포격이 시작됐을 때 대포병레이더(AN/TPQ-37)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포탄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몰라 좌표가 미리 입력된 무도를 향해 반격했다. 연평도 군부대와 민간을 타격한 북한 방사포는 다른 곳에 있었다. 결국 적에게 추가 사격을 허용한 셈이 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시 연평도 부대의 유일한 대응 수단이었던 K-9 자주포에 결함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사건 당일 사격훈련에 동원된 K-9 자주포 1문은 불발탄이 끼어 못쓰게 됐고, 다른 2문은 포격을 받아 고장 났다. 총 6문의 자주포 중 3문만이 최초 대응사격에 나섰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군인의 총이 쏘기도 전에 망가져버린다면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북의 도발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자세도 따져볼 일이다. 북한이 170여 발을 쏘는 동안 우리는 80여 발로 응사했다. 일각에서는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또 북한에 대응사격을 하기까지 13분이 걸린 점도 논란거리다. 적의 공격 중에 바로 대응할 수 없다는 군의 설명도 일리가 있지만 13분의 시간은 적의 포를 제압하는 데 충분치 않다. 적의 포 공격 중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연평도 도발 대응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는데도 군은 솔직하지 못한 태도로 일관했다. 합참은 23일 K-9 자주포 6문이 대응사격에 나섰다고 발표했다가 24일 4문, 25일 3문으로 말을 바꿨다. 또 사건 당일 브리핑에선 북한이 쏜 포탄 수를 수십 발이라고도 했다. 이런 태도는 국민의 불신을 살 뿐이다. 군 수뇌부를 몇 명 교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군은 준비태세, 대응과정, 후속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쇄신의 기회로 삼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안보 지킴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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