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보스턴 주재기자

미국은 아이가 성장하여 18세가 되면 대학교를 가거나 직업을 갖게 되면서 가족과 집을 떠나 그들만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여 독립적으로 살게 되는데 이것은 그들의 독립적이면서도 개인적인 문화이자 생활 철학이기도 하다. 그래서 특별한 명절이 아니라면 연락하는 것 이외엔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거의 없게 되는데,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주말만큼은 많은 이들이 오래간만에 그리운 가족을 보기 위해 주에서 주로 대 인구가 이동을 하고, 크리스마스보다도 교통이 더 혼잡한 날로도 유명하다.

이날은 오히려 크리스마스보다도 더 큰 명절로 여겨지는데, 그것은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날인 12월의 크리스마스를 지키지 않는 무슬림이나 유태인, 여러 아시아인들이 미국에 많아서 그렇기도 하고, 또한 친구들과 더 어울리는 크리스마스에 비해 추수감사절만큼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원래 미국으로 건너온 잉글랜드 청교도들이 생존을 위협당하는 어려움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돌보아 주실 것을 믿고 감사한 그들의 전통에 뿌리를 둔 역사이자 1863년 링컨 대통령이 국경일로 선포한 명절이기도 하다.

이날에는 대부분 가정마다 가족 저녁 식사 전후로 해서 조상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게 되고 이웃과도 음식을 나누며 오래간만에 가족과 함께 삶의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고 회포를 풀게 된다.

한국의 추석처럼 미국의 추수감사절에는 송편과 같은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관습이 있어서 주요 음식으로는 우리가 잘 아는 칠면조 요리, 크렌베리 소스, 옥수수가 있고 또 그 밖에 호박파이, 고구마, 그레이비소스가 얹힌 으깬 감자가 있다. 이런 음식들은 실제로 초기 추수감사절 시절부터 먹어오던 미국적인 음식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 모여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날로도 유명한 추수감사절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이 이날에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을 다시 만나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라 설명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도 한동안 유행을 했었던 <프랜즈>라는 시트콤 드라마에서도 보면 미국의 이런 문화를 잘 엿볼 수 있는데, 한 배우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가족이 모두 모여야 하는 이런 추수감사절을 개인적으로 너무나 싫어하는 것을 표현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가족이 서로 마음이 맞지 않거나 딱히 돌아가 만날 가족이 아예 없는 경우 가족이 모이는 이런 특별한 날엔 더더욱 마음이 불편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점점 사회가 핵가족화가 되면서 이제는 가족끼리 한데 자주 모이는 일도, 예전처럼 고향으로 어른을 찾아가 뵙는 일도, 산소를 찾아가는 일도 많이 적어지는 현상이 안타깝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친·외가 모두가 대가족이었다. 그런데 모두들 사느라 바쁘고, 또 서로 멀리 살아 뿔뿔이 흩어지더니 나중에는 이런 명절에도 거의 보기 힘든 가족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다 커서도 필자는 가족이 함께 모이는 이런 행사의 날만 되면 가족이 많아 시끌벅적하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많이 만들어 나누어 먹는 그런 집안을 내심 부러워하면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살아온 경험과 처해진 상황이 다르고 하기 때문에 개인적 편견을 고집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패스트푸드 같은 시대에 한국이든 미국이든 인종이나 종교, 문화를 모두 떠나서 궁극적으로 이 가을에 추수하는 이런 시기에는 신이나 조상님께 한 해간 베풀어 주신 넉넉함에 대한 감사함을 마음에 담고 아끼는 사람들과 서로 나누며 겸손한 자세로 한 해를 잘 마무리 해나가는 것이 사람이 잘 성장하는 일이며, 훈훈한 인간의 정을 배우는 것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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