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수능 위주 입시전형 확대 반대, 수시와 정시 통합, 수능 시험에 논·서술형 도입, 전 과목 절대평가, 수능 자격고사화, 학생부종합전형의 기록방식 개선, 학종을 폐지나 축소보다 평가 정당성을 갖추는 방안, 입학사정관 신분 안정화, 선발결과에 대한 자료 공개를 통해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교육감들의 발표에 교육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즉각 반발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정시확대 학부모모임, 교육바로세우기 운동본부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 무력화와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를 획책하는 교육감들의 발상은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강력히 규탄한다. 숙명여고 내신비리와 드라마 ‘SKY 캐슬’ 방영으로 수시와 학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 공정한 수능·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민심과 반대로 수능을 절대평가하고 자격 고사화해 수능을 무력화하고 학종을 확대하겠다는 제안은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로 내신과 학종 위주 수시 전형에 대해 전 국민적으로 분노하고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교육감들이 합동으로 민심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모습을 곱게 볼 국민들은 많지 않다. 자녀의 대학진학은 학부모의 인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문제다. 이런 문제에 학부모들 의견보다 특정 이익단체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정치교육감’이란 말이 틀리지 않는다. 학부모, 학생들의 진짜 고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학생들이 좀 더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교육감의 주 임무인 것을 망각하고 있다.

“문제 풀이로 줄 세우기식 평가가 수능”이라 주장하는 교육감들은 내신이 수능보다 더욱 수준 낮은 문제로 줄 세우기하는 학교 현실을 모른다. 최근 선생님을 “쌤”이라고 부르는 안을 내놓은 TF팀에 현직교사가 1명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청이 얼마나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탁상공론식 정책을 만들어 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신과 학종 탓에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학교현장에 나가 학부모, 학생의 소리를 듣지 않으니 알 리 없다. 지금의 학종은 3천개 조합의 입시제도를 만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평범한 부모가 자녀와 같이 대입 준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당연히 많은 컨설팅 비용과 정보력을 가진 부모에게 유리한 전형으로 변질돼 불공정한 게임으로 전락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 생기부를 스스로 작성하고 이를 부모나 사교육 업체에서 수정해주는 경우를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본다. 학부모나 학생이 인터넷을 통해 모두 볼 수 있는 생기부를 교사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기록할 경우 분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누가 많이 부풀리는지 거짓말 대회를 한다. 그 거짓말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학교 활동을 역으로 맞춰 하고 있다.

정유라가 한 “돈도 실력이다”란 말과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가 학종의 부작용을 대변한다. 돈과 정보를 가진 금수저들이 허점을 파고들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생활기록부도 학교생활만 기록하는 단순한 양식으로 바꿔야 하고 동아리, 독서, 봉사 등 부모가 개입하면 차이가 나는 요소는 배제해야 한다.

학교는 교사의 영향력을 놓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를 감춘 채 ‘공교육 붕괴’란 명분을 내세우며 수시 축소를 반대한다. 이 정도면 수능 문제조차 풀지 못하는 교사들이 많아 정시확대를 반대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온 친구끼리 피 말리는 내신 경쟁은 현실과 큰 차이가 없다. 아이들은 내신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구를 짓밟고 올라서는 법을 학교에서 배운다.

국가의 중요한 시험은 대부분 시험으로 줄 세우기 해서 뽑는다. 불공정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대학 신입생을 뽑는데 수능시험으로 줄 세우기 해서 뽑는 게 공정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정시확대를 요구한다. 정시를 확대하면 지방에서는 명문대 가기 힘들다고 한다. 지방이든 서울이든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좋은 사람이 좋은 대학을 가야 맞다. 수능은 오로지 학생의 실력으로 승부하는 제도다. 학교공부만 열심히 따라가고 사교육 없이도 성실히 공부한 학생은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야 올바른 입시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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