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 마운트 카멜 공동묘지에서 26일(현지시간) 경찰들이 훼손된 유대인 묘석에서 지문을 채취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국 필라델피아 마운트 카멜 공동묘지에서 26일(현지시간) 경찰들이 훼손된 유대인 묘석에서 지문을 채취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국유대인위원회 대표단 접견

반유대 배경엔 예수 ‘십자가’ 사건 
‘기독교’ ‘유대교’의 2천년 갈등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에 확산하는 반(反)유대주의를 우려했다.

9일(현지시간) 교황은 전날 교황청을 찾은 미국 유대인위원회(AJC)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타락한 증오에서 기원한 사악함과 분노의 분위기가 많은 곳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이 걱정스럽다. 특히 많은 나라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공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고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로마노가 전했다.

교황은 “특히 기독교인들이 반유대주의에 빠지는 것은 자신의 기원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철저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며 종교 간 대화를 강조했다.

최근 국수주의와 포퓰리즘이 급부상하는 이탈리아 폴란드 헝가리 독일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반유대주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연합(EU)이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지난 5년간 유럽에 거주하는 유대인 3명 중 1명꼴로 신변에 불안함을 느낀 나머지 이주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교황과 AJC 대표단의 만남은 유대인 대량 학살이 이뤄진 2차세계대전 당시 재위한 교황 비오 12세 시절의 비밀문서를 교황이 내년 3월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직후 성사됐다. 유대인 단체들은 그간이 문서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해왔고, 교황은 당초보다 공개 시기를 앞당겼다. 교황 비오 12세는 2차대전 기간 히틀러의 홀로코스트 등 유대인 학살과 관련해 무관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이 비밀문서는 가톨릭 입장에서의 치부도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 샤피로 AJC 회장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재단 등의 참여로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시기의 기록을 객관적으로 연구해 ‘쇼아(홀로코스트의 유대식 표기)’ 시절의 용감한 노력뿐 아니라 실패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유대인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유네스코)
한 유대인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유네스코)

한편 반유대주의는 예수의 십자가 사건 이후 급부상했다.

초기 그리스도교는 로마사회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유대인들이 예수를 수용하지 않고 십자가형에 처한 데 대한 반감이 심했다. 당시 그리스교의 세력은 미약했다. 그러나 4세기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됨에 따라 전세가 역전돼 모든 유대인들의 사회적 지위는 땅에 떨어졌다.

특히 6세기경에는 유대인들의 공적 지위 제한, 경제적 제재 등으로 파멸을 맞게 됐다. 또 그리스도교로 개종하느냐 추방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18세기 계몽사상과 프랑스혁명 등에 영향을 받아 유대인에 대한 법적‧종교적 규제가 해방됐지만, 경제적 지위가 급부상한다. 이에 대한 반감과 민족 국수주의 나치스 등에 의해 다시 반유대주의가 떠올랐고, 유대인 600만명에 대한 대학살인 홀로코스트 등 사건도 나타나게 됐다.

기독교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이 성경에 기록된 데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 당시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의 십자가형을 결정하며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며 물을 가져다가 손을 씻었다. 이때 유대인들은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대답했고, 유대인들이 대대로 배척을 받은 이유가 된 게 아닐까하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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