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규장각 도서 297권 장기 대여와 관련해 프랑스에서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사진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 중 <직지심체요절>이다. (천지일보 DB)

“Les livres d'Oegyujanggak voudraient retourner à leur patrie(외규장각의 책들은 조국에 돌아가고 싶어 한다).”                                                         -청소년 문화보존단체 달항아리문화학교에서 만든 책갈피 내용

“Inquiétude après le départ des manuscrits coréens(외규장각 도서 반환 후 (발생할) 우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24일자

“국내법 위반 및 향후 다른 나라서 약탈문화재 반환 요구 들어와”
“프랑스인들에게 충분한 설명 필요했다”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가져간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양국 국민들 간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와 관련해 5년마다 갱신하는 장기 대여 방식에 합의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현재 실무 담당자들은 실무협의 개시에 앞서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온전한 반환이 아닌 것에 아쉬워했으나 장기 대여가 거의 반환과 같은 의미라며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외규장각 도서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장기 대여와 관련한 소식이 프랑스 전역에 전해지면서 파리국립도서관(BNF) 직원들 중심으로 반발 세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현지시각 티에르 델쿠르 BNF 필사본 담당 부서장을 비롯한 11명이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연구자들에게 연구 기회를 뺏는 것으로 장기 대여가 아닌 반환”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문화재 반환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르몽드지 24일(현지시각)자에 따르면 BNF 사서 및 직원들은 “외규장각 도서가 한국에 갈 경우 박물관의 3분의 1이 빈다”며 “실무협상에 철저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약탈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프랑스 국내법은 반대 여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도서 반환을 반대하는 BNF 사서들은 “합의는 프랑스 문화부 입장을 반대하는 결정이자 프랑스 국내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한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의 문화재 반환 요구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프랑스 내에서도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뱅상 베르제 파리7대학 총장과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현 하원의원), 장 루 살즈만 파리13대학 총장은 18일 르몽드지에 외규장각 도서대여에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들은 ‘외규장각 의궤 반환 지지협회’ 소속회원이며, 특히 랑 전 장관은 도서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 함께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BNF 사서들의 성명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시민단체는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내용을 프랑스 국민들에게 먼저 이해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프랑스인들은 병인양요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번 협상이 이뤄지기 전, 병인양요와 약탈문화재에 대한 상호 이해를 높이는 민간 교류가 선행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사관 측은 “이미 예상했던 사안”이라며 “양국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프랑스 관련부처 간 협의에서 충분한 법적 검토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반대 성명장기 대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 G20 정상회의 관련 양국 정상회담에서 대여를 하되 5년 단위로 갱신을 할 수 있는 방식을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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