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순자 여사와 함께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순자 여사와 함께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내심 사죄 기대한 시민들, 분노로 바뀌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섰으나 사과 한마디 없이 모든 혐의를 부인해 법정 안팎에 있던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전 전 대통령은 11일 광주지법에 출석해 1987년 이후 32년 만에 광주를 공식 방문했다. 법정에 출두한 건 지난 1996년 12.12군사반란과 내란 등의 혐의로 처음 법정에 선 뒤 23년 만이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000년대부터 회고록 출간 준비를 시작했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2015년께 초고를 만들었다는 전씨의 서면 진술을 토대로 전씨가 주도적으로 회고록에 허위 내용을 적시해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전씨의 공판기일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1시간 15분간 진행됐다.

그간 전씨는 독감 증세와 알츠하이머 병을 앓는다는 이유를 들어 두 차례 재판 출석을 거부해왔다가 재판부의 구인장 발부 소식에 이날 결국 자진 출두하게 됐다.

전씨는 오전 8시 30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광주로 이동해 낮 12시 30분 넘어 광주지법에 도착해 경호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천천히 걸어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자택 출발 시점부터 도착해서 법정에 들어가는 순간 취재진의 질문에 단 한마디 없었던 전씨는 자신의 몸을 살짝 밀치던 취재원에게 “왜 이래”라고 버럭 소리를 친 게 유일한 한마디였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법정에 들어선 전씨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함께 온 부인 이순자 여사와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재판을 받았다. 부인 이씨는 별도로 재판 진행에 대한 의견을 담은 편지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전씨는 재판부의 신원확인 절차 중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말해 헤드셋(청각 보조장치)을 쓰고는 생년월일, 주거지 주소, 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질문에 모두 맞다고 답변했다.

이후 전씨는 재판 내내 직접 발언을 하지는 않았고, 변호인의 모두 진술 도중 꾸벅꾸벅 졸다 깨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씨 측은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따라서 내심 전씨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랐던 광주 시민들과 유족 들은 분노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전씨가 법원에 도착했을 때 사전 약속에 따라 과격한 행동을 자제했으나 무죄 주장으로 일관하는 전씨의 태도에 법원을 빠져나올 때는 차량을 에워싸며 “전두환 살인마”라고 고함치는 등 거센 비난과 항의를 했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가운데 한 유가족이 전 씨의 차량이 법원을 빠져나가자 절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가운데 한 유가족이 전 씨의 차량이 법원을 빠져나가자 절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자 5.18관계자가 거리에 누워 차량을 막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자 5.18관계자가 거리에 누워 차량을 막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재판이 끝난 후 5·18 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 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 회원들은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차 전씨의 사죄를 촉구했다.

이들은 “광주시민을 무참히 학살한 전씨를 재판정에 세우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참고 기다려왔다”며 “전씨가 재판에 출석해 법의 심판을 받을 것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광주시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용서를 빌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증거 정리를 위한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되며 오는 4월 8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사자 명예훼손 혐의 재판을 마친 전두환 씨가 탄 차량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려 하자 5.18 단체와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사자 명예훼손 혐의 재판을 마친 전두환 씨가 탄 차량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려 하자 5.18 단체와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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