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과 펜싱, 볼링이 아시안게임에서 최고 성적을 내며 효자종목으로 거듭났다. 위쪽부터 사격 2관왕을 차지한 김학만,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 우승의 대표 선수들, 볼링 4관왕의 황선옥 (연합뉴스)

효자종목 판도 바꿔… 레슬링·태권도 ‘고개 못 들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효자종목의 판도가 바뀌었다. 사격과 펜싱, 볼링이 역대최고의 성적을 내며 펄펄 난 반면 전통의 메달밭인 레슬링과 태권도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내며 위상을 잃었다.

먼저 사격은 이번 대회 눈부신 성적을 냈다. 금 13, 은 8, 동 7개로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인 7개(1986년, 1994년)를 훌쩍 넘긴 최고 기록을 냈다.

그간 중국의 독식으로 금빛사냥에 애를 먹었던 사격은 연일 금빛행진으로 경기 6일 만에 기존 태권도가 가지고 있던 단일종목 최다금메달 신기록(12개)을 단숨에 넘어 최고의 효자종목으로 거듭났다.

특히 남자 50m 권총, 남녀 10m 공기권총, 남녀 50m 소총복사, 남자 25m 스탠다드 권총 등 7개 부문은 단체전에서 우승함으로써 선수들의 기량 수준이 골고루 향상됐음을 입증했다.

금메달 7개(은 2, 동 5)를 따낸 펜싱도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금메달 4개를 따냈던 도하대회 기록을 넘은 것은 물론 역대 최다 금메달 6개(2002년)도 경신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남현희(29)는 2회 연속 2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펜싱의 간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볼링 역시 금 8, 은 5, 동 1개를 수확해 도하대회 금 4개를 뛰어넘어 한국의 종합 2위 수성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황선옥(22)은 한국선수단 중 유일하게 4관왕을 달성했다. 4관왕은 1986년 양궁의 양창훈과 테니스의 유진선 이후 24년 만에 나왔다.

이 밖에 양궁과 골프도 금메달 4개를 독식하면서 전통의 효자종목 위상을 이어갔다.

반면 레슬링과 태권도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내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1986년 서울대회부터 꾸준히 금메달 5개 이상을 획득해왔던 레슬링은 28년 만에 노골드(은 3, 동 5)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레슬링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바뀐 룰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노메달에 그쳤기 때문. 이번 대회에서 만회할 거라 기대했지만, 막상 어두운 현실로 나타나자 레슬링계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태권도 역시 금메달 8개를 목표로 했지만, 금메달 4개(은 4, 동 2)에 그쳐 종주국의 위상이 휘청거렸다. 중국(금4, 은2, 동4), 이란(금3, 은2, 동4)을 제치고 6회 연속 종합 우승은 이뤄냈지만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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