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천지일보
전두환 전 대통령 ⓒ천지일보

5.18 당시 ‘군 헬기 사격’ 여부
국과수·특조위 등 사실로 확인
알고도 고인 명예훼손 했나 핵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년 만에 ‘5.18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가운데 이번 재판의 쟁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전씨 주장이 허위인지 등이 가장 눈여겨볼 대목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에서 형사8단독(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이 열린다.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전씨는 고(故)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에 대해 부정하면서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 쟁점은 헬기 사격을 부정하는 주장이 허위사실인지, 전씨가 허위임을 알고도 고의로 회고록에 담았는지 등이다.

앞서 광주 전일빌딩 리모델링에 앞서 건물 10층 외벽 등에 발견된 탄흔에 대해 감정에 나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흔적이 호버링(hovering, 항공기 등이 일정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하던 헬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도 5개월간 진상 조사를 벌여 육군이 1980년 5월 21일과 27일에 광주시민들을 상대로 헬기사격을 했고, 공군이 무장 전투기를 대기시켰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특조위에 따르면 당시 작성됐던 전투 상보 등 일부 군 기록은 왜곡돼 있고, 임무에 투입된 조종사들은 무장 상태로 비행했을 뿐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거나 조사 자체에 불응했다. 하지만 군의 다수 지시문서와 목격자 증언 등을 바탕으로 출동 헬기 40여대 가운데 일부 500MD 공격헬기와 UH-1H 기동헬기에서 광주시민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재출간된 '전두환 회고록' (출처: 연합뉴스)
재출간된 '전두환 회고록' (출처: 연합뉴스)

검찰 역시 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서 헬기 사격에 대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 문건엔 신군부가 광주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을 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고, 실제 총격이 이뤄진 기록도 담겼다. 이 때문에 검찰은 당시 광주 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전씨가 헬기 사격을 몰랐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의 판단대로라면 전씨는 ‘헬기 사격은 없었다’라는 허위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광주지법 민사합의14부(신진호 재판장)은 5월 단체와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씨와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씨의 헬기사격 부인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과수 검정 결과와 특조위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헬기 사격이 실제 했다고 결론지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다루는 재판부도 헬기 사격에 대해 인정한다면 전씨에게 유죄 판단이 내려질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전씨가 5.18 관련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것은 지난 1996년 이후 23년 만이다. 특히 1980년 민주화운동 이후 39년 만에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하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씨가 그간 여러 이유로 지난해 5월 이후로 10개월 동안 재판을 피하자 법원은 전씨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구인장은 심문 등에 응하지 않는 피고인 또는 증인을 강제로 소환하기 위해 발부하는 영장이다.

전씨 측이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검찰·경찰은 전씨가 광주지법에 도착하면 구인장을 집행하기로 했다.

전씨는 오전 8시 30분쯤 자신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승용차를 타고 광주로 향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