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근대사적으로 볼 때 괄목할 만한 사건이 꽤 많은 달이다. 우선 109년 전, 치욕의 강제병합을 1년 앞두고 안중근 의사는 민족의 독립과 동양평화 나아가 인류공영을 위해 1909년 10월 26일 할빈 역에서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뤼순감옥에 투옥된 후, 그 이듬해 1910년 2월 14일 사형이 선고되고, 다음 달인 3월 26일 사형이 집행됐다. 안 의사는 차디찬 감옥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조선의 독립은 물론 동양 평화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유에 대해서도 동양의 평화를 해쳤기 때문이라 분명히 밝히면서 3월에 순국했다.

또 100년 전, 3월의 그 날이 있기 전 조선 26대 왕이자 대한제국의 황제였던 고종이 1월 21일 승하했다. 1910년 강제병합 이후 일본의 식민통치가 절정에 달한 가운데 고종의 죽음은 국민들의 울분을 터뜨리는 촉매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때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두 청년이 있었다. 바로 우사 김규식과 몽양 여운형이었다. 이들에겐 나라 잃은 비탄(悲歎)과 왕을 잃은 슬픔 따윈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 앞에선 그저 사치일 뿐이었다. 

당시 1차 세계대전 후 승전국들이 패전국들에 대한 전후 처리를 위한 ‘파리강화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 때 여운형은 강대국 지도자들이 모인 곳에서 일본의 만행과 대한제국의 독립을 호소하기 위해 동지인 김규식을 파리로 보낼 것을 결심한다. 그리고 당시 대한독립을 위해 규합된 ‘신한청년당’ 소속 김규식은 조국의 운명을 짊어지고 혈혈단신 배에 오른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파리에 도착한다. 

‘신한청년당’은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분위기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각지에서 독립 운동하던 독립 운동가들이 상해에 모였고, 김규식 서병호 여운형 등이 주도했으며, 대한민국 독립의 완성과 민족의 실력양성으로 전 인류에 기여함이라고 목적을 밝히고 있다. 

당시 세계는 80%가 강대국들의 속국상태에 있었으며, 이러한 시대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미국 28대 윌슨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했다.

이러한 복잡하고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여운형은 윌슨에 조선의 사정을 편지로 알리는 한편 한쪽으로는 김규식을 파리로 보내놓고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소위 외교전을 펼쳐나갔다. 

당시 김규식은 파리로 떠나기 전 “세계는 약소국의 내가 누군지 모를 것이다. 세계의 관심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니 서울에서 일제 만행을 알리는 독립만세운동을 해야만 관심을 가질 것이다”는 부탁을 여운형에게 했고, 여운형은 신한청년당을 중심으로 만세운동을 계획하게 된다. 

한편 김규식은 한국이 독립해야하는 이유를 공식문서로 파리 강화회의에 제출했고, 만세운동은 부탁한 서울 뿐 아니라 한반도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여운형을 비롯한 독립 운동가들은 이 소식을 신속히 파리로 타전했고, 김규식과 김규식을 돕고자 찾아온 수많은 해외 독립 운동가들은 독립만세운동내용을 전단지로 만들어 파리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에게 알리기 시작했으며, 조선에 대한 일제 만행은 온 세계로 순식간에 알려지게 됐고 급기야 광복으로 이어지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3.1운동의 시원은 김규식과 여운형이다. 그 두 청년은 물론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며, 그 터 위에 종교인 33인의 ‘독립선언서’가 기초되고 완성돼 방방곡곡은 물론 온 세계에 울려 퍼져 나갔던 것이다. 

그러면 두 청년의 독립에 대한 불타는 열정과 희생의 터 위에 만들어진 3.1운동, 그리고 그 운동을 통해 울려 퍼져 나간 독립선언서의 내용엔 과연 무슨 뜻이 담겨 있었던 것인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조선의 독립을 호소했던 걸까. 그렇지 않다. 독립선언서의 내용에는 정의, 인도, 평등, 인류, 세계, 빛, 하늘, 도의, 평화, 새 시대, 신천지 등의 단어로 가득 차 있었으니 어찌 조선의 독립만을 염원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지구촌 제국주의의 폭력이 만연한 시대에 우리 민족만이 아닌 동양의 평화와 나아가 전 세계(인류)의 평화와 평등의 새로운 시대 곧 신세계가 언젠가는 출현할 것을 피로 알린 것이며, 그 피로 써 내려온 독립선언서의 그 절규와 약속은 이 땅 이 강산 위에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진들은 한결같이 울분과 저주를 오히려 승화시켜 내일의 새 시대를 향해 비록 원수일지라도 생각을 깨우고, 어떻게 할 것을 주문했고 가르쳐 왔으니 위대하고 숭고한 선진들의 정신과 사상을 이 시대는 깨달아야만 한다. 

나아가 그 깨달음을 통해 선진들이 그토록 원했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가져야 할 사명이다. 왜, 그날의 외침은 이 시대 우리가 이루어야 할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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