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오늘 북한에서 자유가 말살당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수령의 개인숭배라고 말할 수 있다. 왜? 북한에서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던 1967년 이전까지 주민들의 자유는 지금처럼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당은 1967년 ‘당의 유일사상’이란 전무후무한 독재철학을 내놓았다. 최초의 ‘10대 원칙’이 등장했으며 곧 이어 주체사상도 통치이데올로기로 선언됐다.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이유 역시 수령의 개인숭배와 직결된다. 북한에서 수령은 전지전능하며 무오류이며 항상 북한을 찬란한 미래로 인도하는 예언자인데 어디에 감히 하나님이 존재하며 성경과 찬송이 불려질 수 있단 말인가.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북한에서 개인숭배의 폐해를 강조하는 기사를 싣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최근 정세에 대해 “당중앙의 전략적 결단과 우리 인민의 굴함 없는 투쟁에 의하여 모든 것이 목적하는바 그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자력으로 보란 듯이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우리 인민의 힘을 그 무엇으로써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로 증명됐다”면서 “우리 국가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날강도적인 전쟁위협이 무용지물로 된 것처럼 극악무도한 제재압살책동도 파탄을 면치 못하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정세 하에 투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민의 정신 사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혁명진지, 계급진지의 공고성을 담보하는 정신적 기둥은 당에 대한 인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라고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가리게) 된다”며 그간 최고지도자를 신비화하는 데 주력해온 기존 북한 선전·선동 방식의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영도자”라며 “수령에게 인간적으로,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또 “앞으로 나라의 대외적 환경과 대외경제 활동이 개선된다고 하여도 자립적 발전능력이 강해야 인민 경제의 주체성을 견지할 수 있다”며 ‘자력갱생’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언급은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소식이 대중에 퍼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전날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렸다.

회담 무산 8일 만에 이 같은 소식을 알린 데에는 결렬 사실을 숨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신문은 전날 ‘고약한 섬나라 족속들은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번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조미수뇌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내외는 회담이 뜻밖에도 합의문이 없이 끝난 데 대해 미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한결같이 주장하며 아쉬움과 탄식을 금치 못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한에서도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2차 당 초급선전일꾼대회는 18년 만에 개최된 것으로, 김정은 체제 들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 초급선전 일꾼이란 각 기관, 단체, 공장, 기업, 협동농장 등에서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상교양·선전선동 사업을 하는 선전선동 부문 초급간부들을 의미한다. 즉 노동당의 ‘입’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 셈이다. 왜 이들을 평양으로 불러 이와 같은 파격적인 선언을 했을까. 이제 더 이상 개인숭배는 통하지도, 먹히지도 않으며 개인숭배의 덫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북한에 미래는 없다는 인식의 발견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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