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왼쪽 세 번째)이 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참석해 서명하고 있다. 염 추기경 왼쪽은 마르코 스프리찌 주한교황청 대리대사, 오른쪽은 유경촌 티오테오 주교. (출처: 연합뉴스) 2017.12.3
염수정 추기경(왼쪽 세 번째)이 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참석해 서명하고 있다. 염 추기경 왼쪽은 마르코 스프리찌 주한교황청 대리대사, 오른쪽은 유경촌 티오테오 주교. (출처: 연합뉴스) 2017.12.3

이달 16일 청년생명대회서 탄원서

내달 6일엔 낙태반대 생명대행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다음달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조항 위헌 여부 선고를 앞두고 천주교계가 ‘낙태=살인’이라는 낙태 반대 입장을 더욱 강하게 표출할 방침이다.

매년 꾸준히 낙태 반대 입장을 밝혀온 천주교는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위원장 이성효 주교)가 주최하고 생명대행진 코리아조직위원회(위원장 차희제)가 주관하는 ‘청년 생명대회’를 오는 16일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행한다. 이는 천주교계 14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회다.

이들 단체는 “엄마의 모체에서 성장하는 태아는 국가와 개인이 보호해야할 생명이며, 여성의 건강과 출산권을 지키기 위해 현행법은 유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주교계 대학생 단체인 프로라이프대학생들은 16일 ‘낙태죄 폐지 반대 성명서’를 낭독하고 헌법재판소에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생명대행진 코리아조직위는 4월 6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청계광장에서 헌법재판소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세계 낙태 반대운동인 생명대행진은 매년 6월에 개최됐지만, 이번에는 헌재 결정 때문에 시기를 당겼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생명운동본부장 이성효 주교는 ‘낙태죄 처벌조항 폐지와 관련한 생명운동본부의 공식 입장’을 통해 최근 천주교가 낙태를 허용한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한 데 대해서도 입장을 해명했다. 이 주교는 “천주교에서 이야기하는 죄의 용서는 종교적 차원”이라며 “이것을 확대해서 국가법의 차원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여 형법상의 처벌조항 폐지 허용이라는 결론을 도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이 주교는 “원칙적으로 천주교 교리상 ‘낙태는 한 생명을 죽이는 살인 행위’라는 대명제는 바뀔 수 없다”면서 “낙태죄는 존속돼야 한다는 것이 천주교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밝혔다.

낙태(임신중단) 찬반 문제는 프로라이프(pro-life, 낙태반대)와 프로초이스(pro-choice, 낙태찬성)로 나뉘어 뜨거운 쟁점이 되어온 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 등 5개국뿐이다.

헌재는 다음 달 초 낙태(임신중단·임신인공중절)죄를 처벌하는 형법 269·270조에 대한 위헌 여부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형법 269조 제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로 명시하고 있다. 또 270조 제1항에서는 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까지 있다. 헌재는 2012년 8월 형법 270조 1항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0년 정부 조사에서 확인된 낙태수술만 한해 16만여건에 달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보다 훨씬 많은 약 37~50만명에 이른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은 ‘2017년 출생통계’에서 출생아 수가 35만 7800명이라고 발표한 점을 비교해볼 때, 낙태 비율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종교계에서도 낙태로 인해 우리나라 출산율 저하가 가속하고 있다고 보고 낙태와 관련한 해법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6일 종단 협의기구인 한국종교연합(URI-Korea)은 ‘종교와 생명문화’를 주제로 제94차 평화포럼을 열고 낙태를 줄이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1.05명에서 0.97명이 됐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다시 말해 가임여성 1명이 평생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17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를 보면 세계 198개 나라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가 최초일 가능성이 커졌다.

염수정 추기경은 “남자와 여자의 몸이 단순히 생물학적 기능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격적 존재”라며 “이처럼 배아와 태아의 몸도 한낱 세포 덩어리가 아닌 인격적 존재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그간 낙태 반대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다. 그는 “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사회의 한계에 우리 공동의 책임이 있지만 낙태는 좋은 것이 아니고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도 아니다”고 강조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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