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8일 오후 자유시장 인근 정류장에서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한 할머니가 멀리서 힘겹게 달려오며 문이 닫히고 있는 전세 관광버스를 타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3.9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8일 오후 자유시장 인근 정류장에서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한 할머니가 멀리서 힘겹게 달려오며 문이 닫히고 있는 전세 관광버스를 타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3.9

버스 이용 불편 호소, 피로감 쌓여

경기 불황에 파업으로 소비 위축

‘모두가 상생하는 사회’ 만들어야

대중교통체계, 풀어야 할 숙제 多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문 좀 열어 주이소! 같이 좀 탑시다! 기사 양반!”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한 할머니가 멀리서 힘겹게 달려오며 문이 닫히고 있는 전세 관광버스를 타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다. 할머니는 버스 문을 두드리며 몇 차례 “열어주이소”라고 버스 기사를 불러보지만, 문이 열리기는커녕 굳게 닫힌 채 무심히 출발해버린다.

350번이라 적힌 버스는 삼성교통이 파업에 돌입한 날 진주시에서 교통 대란을 방지하고자 동원한 전세버스 100대 중 한대다. 시에 따르면 하루기준 버스 임차료로 한 대당 77만원이 투입되고 있다.

삼성교통 파업 사태가 47일을 이어오다 지난 8일 오후 4시 삼성교통 노조는 오는 11일 오전 5시부로 현업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전세버스 100대 투입, 삼성교통의 천막농성, 단식투쟁, 45m 철탑 고공농성, 시청사 무단 진입 등 파업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지난 8일 오후 기자는 삼성교통이 대형 스피커를 통해 장송곡 상여소리를 70㏈ 이상으로 내보냈던 시위 현장 인근 상가로 향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8일 오후 기자가 찾은 진주 자유시장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3.9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8일 오후 기자가 찾은 진주 자유시장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3.9

옷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가뜩이나 불경기에 파업 시위까지 더해져 장사가 안된다”며 “파업 전에는 하루 50만원 이상 벌었다면 지금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파업 현장과 맞닿아 있는 전통시장인 자유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금요일이면 장 보러 온 사람들과 상가 내 식당가를 오가던 사람들로 붐볐던 시장의 모습은 꽤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파업 얘기를 꺼내자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만을 쏟아냈다.

상인 송모(50대)씨는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 삼성교통이나 진주시나 둘이서 언제까지 힘겨루기하려는지 모르겠다”며 “파업을 하더라도 서민들에게 이런 피해를 줘선 안 된다. 우리를 먹여 살려줄 것은 아니지 않나”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시청에 가는 길에 들렀다는 주부 양모(60대)씨는 “우리는 생활이 불편하면 불편한 줄만 알지 뭐가 사실인지는 잘 모른다”며 “진주시장이 바뀔 때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뭐가 맞는지 틀리는지 진실을 밝혀서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진주 시내버스 파업사태 44일째인 5일 오후 2시경 삼성교통 노조 등 180여명이 시청사 출입문을 부수고 난입하고 있다.이날 진입을 저지하던 시청 공무원 4명이 응급실로 실려 가는 등 수십 명이 다치는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19.3.6
진주 시내버스 파업사태 44일째인 5일 오후 2시경 삼성교통 노조 등 180여명이 시청사 출입문을 부수고 난입하고 있다.이날 진입을 저지하던 시청 공무원 4명이 응급실로 실려 가는 등 수십 명이 다치는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19.3.6

이렇듯 대중교통은 공공재 성격을 띠는 시민의 발이며 지역민들의 생활과 밀접하므로 민감하고도 중요한 분야임은 틀림없다.

시는 이러한 중대성을 감안, 시내버스의 효율적인 운행을 위해 대중교통체계 개편방안 연구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시내버스 노선개편을 시행했다.

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4개사에 지급하는 진주시 재정지원금은 물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지난 2016년 85억, 2017년 110억원, 2018년 150억원, 2019년 182억원 등 100억 가까이 늘었다.

특히 최저임금은 17년 만에 최고치인 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 10.9%로 2년간 29.1%로 가파르게 올랐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12일 오후 삼성교통 노조의 거리행진에 시 공무원들 수백명이 내려와 입구를 걸어 잠그고 시청을 방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12일 오후 삼성교통 노조의 거리행진에 시 공무원들 수백명이 내려와 입구를 걸어 잠그고 시청을 방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삼성교통에 따르면 시에서 지원하는 연 3%의 인건비만 인상한 표준운송원가로는 급등한 최저임금 인상 폭을 보전할 수 없기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파업 50여일 동안 버스 이용객들의 불편, 인근 상인들의 고통, 시민 혈세로 투입된 전세버스 임차료 40여억원, 낭비된 행정력, 시-노조 간 유혈 충돌 등….

승자 없는 장기전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각 구성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현실이 됐다. 이번 사태를 비추어 모두가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삼성교통 노조는 오는 11일 현업으로 복귀하더라도 시내버스체계 정상화를 위해 부분파업, 집회 등을 통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진주시의 대중교통체계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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