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 후속 실무협상 늦어질 듯

(파리=연합뉴스) 한국과 프랑스 대통령 간에 합의된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대한 프랑스 내의 반대 목소리가 심상찮다.

외규장각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파리 국립도서관(BNF)측은 사서들이 발표한 반환 반대 성명에 서명한 사람이 24일 현재 284명까지 늘어난 데 힘입은 듯 반환 후속 실무협상에 '철저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고, 이번 합의를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인사까지 나왔다.

프랑스 유력신문인 르 몽드는 25일 1면과 문화면 전면을 할애해 이번 외규장각 반환 합의가 박물관과 도서관 큐레이터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르 몽드는 프랑스 박물관.도서관 큐레이터협회장 크리스토프 비탈의 말을 인용, "큐레이터들이 공공연하게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라며 특히 BNF 직원 대다수가 서명한 이번 반대 성명서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보도했다.

루브르박물관장 출신 인사들은 "공공 컬렉션으로 등재된 문화재는 박물관법에 따라 양도가 불가능하며 원칙 훼손은 더욱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번 외규장각 의궤를 대여 방식으로 사실상 반환키로 한 결정에 대해 "우려스러운 선례가 된다"고 지적했다.

비탈 협회장은 "프랑스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면서 "우리가 물러서면 박물관의 3분의 1이 텅 비게 된다"고 주장했다.

르 몽드는 지난해 반환이 아닌 '상호대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던 브뤼노 라신 BNF 관장이 질문에 답변을 거부할 정도로 난처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신문은 라신 관장이 BNF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입수했다면서 "직원들의 격분은 이해하지만 희망은 있다. 프랑스가 도서의 소유권을 갖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대여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내년 초 문화재 반환 관련 저서를 출간할 예정인 코린 에르슈코비치 변호사와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인 디디에 리크너는 "이 도서들이 가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가능성이 없는 희망사항"이라고 반박했다.

르 몽드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합의 당시 외규장각 도서에 대해 "한국의 정체성에 속하며 보편적 세계 문화재가 아니다"는 상당히 새로운 논리를 제시했으나 프랑스 큐레이터들이 그 한계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을 정도로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신문은 "외규장각 도서가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면서 후속 협상 과정에서 대여 방식에 대해 '철저하게' 협상에 임하겠다는 BNF의 각오를 전했다.

이에 대해 주불대사관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프랑스 문화부와 BNF의 반발이 만만찮다"면서 "프랑스내 관련부처간 의견수렴 기간이 좀 더 필요하기 때문에 후속 실무협상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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