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원된 남산 서울성곽이 전통 축조법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곽을 살펴보면 성의 없이 발라 놓은 것 마냥 이음매에 허연 선이 드러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복원된 남산 성곽, 국적 불명의 돌과 축조법 쓰여”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올 연말이면 낙산 자락을 둘러싼 서울성곽 길이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낙산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동소문로(혜화문)에 지난 9월부터 서울시가 만들기 시작한 진입로가 12월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더 나아가 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을 잇는 ‘내사산 서울성곽길’을 복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로소 조선의 수도인 한성을 지켰던 성곽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된 듯하나 일부 복원된 성곽 축조 모양과 사용된 돌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않고 있다. 바로 남산에 복원된 성곽이 그 예다. 이에 대해 박동 한국문화안보연구원 위원장은 “남산에 복원된 성곽은 우리 전통 축조방법이 아니라 국적 불명의 돌과 축조법으로 만들어진 성곽”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산 자락을 둘러싼 성곽에 쓰인 돌 모양은 삐죽빼죽한 모양으로 다른 산에 있는 성곽과 다르다. 아울러 일반적은 성곽은 틈새가 촘촘하지만 남산의 성곽은 성의 없이 발라 놓은 것 마냥 이음매에 허연 선이 드러나 있다.

이러한 남산 성곽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조 당시 작은 돌들을 다듬지 않은 상태로 밑에서 위로 쌓아올린 축조법이라고 알고 있다. 박 위원장은 “다른 산에 있는 성곽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성을 건축할 때 쓰이는 돌은 네모반듯한 화강암”이라면서 “현재 남산 성곽에 쓰인 돌은 바다가 융기해서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남산 가운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서울성곽이 15m 가량 남아 제 모습을 지키고 있다. 재질은 화강암이며, 반듯한 사각형으로 층층이 쌓여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하지만 남산에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실제 성곽이 보존돼 있다. 높이가 낮은 울타리를 넘어 내려가면 약 15m 길이의 성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실제 복원된 성곽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복원된 성곽은 돌도 돌이지만 전체적으로 직선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원래 보존된 성곽은 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약 600년간의 세월을 이겨낸 화강암이 층층이 쌓여 있다. 이곳을 답사한 청소년 전통문화보존 단체인 달항아리문화학교(교장 김명엽) 학생들은 “복원된 성곽과 기존 성곽의 차이가 확 드러난다”며 “사료를 수집하고 철저한 조사를 한 뒤에 만들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성곽 복원의 문제점은 돌과 축조법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가 발표한 ‘내사산 서울성곽길’이 서울성곽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혜화문~성북동입구(약 800m), 장충단입구~흥인지문(1㎞), 숭례문~사직공원(1㎞), 남산공원~숭례문 곳곳에 숨겨진 성곽길이 있다. 이 성곽길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지난달 중구 정동 창덕여중 운동장 지하에서 그동안 멸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서울성곽의 성벽 기단부가 발견됐다. 이는 성곽에 대한 발굴 및 발견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은 “서울을 수호하는 성곽에서도 고유한 곡선의 미를 찾을 수 있고 축조 기술을 통해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과학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며 “올바른 서울성곽을 알아가는 것 역시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는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성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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