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국방·안보 시스템의 재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종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조치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을지프리덤가디언, 키리졸브, 독수리훈련 등 3대 한미연합훈련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들 훈련은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 특히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은 우리 민·관·군과 미군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한미훈련으로 꼽혔다. 이는 우리 정부와 군만 참여하는 ‘을지태극연습’으로 대체된다.

이들 조치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의 일환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을지훈련 종료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국방·안보에서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비핵화 협상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속도다. 남북관계 개선이나 비핵화 협상 진도에 비해 무장해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안보 공백은 불가피하다. 비핵화 협상 상황도 현재로선 녹록하지 않다.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되면서 비핵화 협상 타결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미국이 제재를 고수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북한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미국을 압박하려는 제스처인지, 미사일 시설을 복구하려는 의도인지는 불분명하다.

한반도 안보 상황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돈 때문에 한미훈련을 폐지했다는 취지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도 안보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생존이 걸린 안보 문제가 협상의 제물이 돼서는 안 된다. 대북협상이 우리의 안보 공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안보 태세는 굳건하게 지켜져야 한다. 한미훈련 중단이 한미동맹 균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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