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빠르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북미회담 결렬 후 한미 군사훈련을 모두 중단한 것과 매우 대조되는 행보다.

국정원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10여일 앞두고 서해 발사장 재건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뒤 일부 해체됐던 서해 발사장의 주요 시설물들이 빠르게 복구되고 있으며 평양시 인근 산음 미사일공장에서도 미사일을 운송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의 국회 보고대로 회담이 성공하면 폭파할 수도 있었겠지만 회담이 실패하면 빠르게 반응하려는 준비의 측면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장을 다시 짓고 있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북한의 강경 대응 움직임에 대해 경고했다.

이미 올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래 처음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플랜B’를 언급했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면서도 미국 등의 일방적인 강요 때는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압박했다.

하노이 회담을 되돌아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을 통해 ‘노딜’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 추정된다. 그러나 회담 결렬을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 위원장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북한은 상당기간 미국을 사거리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하노이 담판 결렬은 ‘비핵화’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사실만은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간 중재에 열을 올린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도 머쓱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도 제동이 걸릴 판이다. 한반도 안보 위기감은 회담 전보다 더 악화됐다. 지나친 낙관도 우려도 금물이지만, 여야를 떠나 새로운 한반도 위기 상황을 놓고 답을 찾아야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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