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피선거권과 기탁금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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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 

 

피선거권은 선거에서 당선돼 국가기관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피선거권은 일반적으로 선거권에 비해 자격요건이 가중된다. 예를 들면 피선거권에는 연령제한, 국적 여부, 일정기간 투표지역에 거주, 특정한 등록절차와 준법의사 등 일정한 제한이 있다. 우리나라 법제를 보면 1948년 5.10 총선을 위해 제정된 미군정법령 제175호에서 피선거권의 요건인 선거일 현재 만 25세에 달한 자를 처음으로 명시했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에는 대통령을 위시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한 피선거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기본권인 피선거권에 대해서는 국가안보,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법의 요구에 따라 피선거권의 제한 범위는 입법부의 재량이라 할 수 있다. 즉 피선거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은 이상 선거법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형성권에 달려 있다.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로서 이를 위해서는 피선거권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피선거권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법률에서 피선거권이 최소한 제한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선거권은 헌법과 법률을 통해 나이나 거주요건 등을 통해 다양하게 제한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직선거에서 무분별한 후보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기탁금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기탁금제도에 대해 선거를 효과적으로 공정하게 운영하고 입후보의 난립과 과열선거를 방지하면서 당선자에게 다수표를 획득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함으로써 선거의 신뢰성과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공직선거에서 기탁금제도는 제도 자체의 문제보다는 기탁금 액수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기탁금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에서 액수가 차등화돼 있다. 그런데 기탁금이 너무 고액이면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게 되고, 결과적으로 재력이 없는 국민의 피선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게 된다. 즉 고액의 기탁금으로 인해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피선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에서 기탁금제도와 관련해 여러 차례 위헌결정을 했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당후보와 무소속후보 간 기탁금의 차등에 대해 평등원칙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했고,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중 광역의원선거에서 고액의 기탁금에 대해 위헌결정을 함으로써 고액의 기탁금으로 피선거권이 과도하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현행 선거법상 기탁금은 대통령선거 3억, 국회의원선거 1,500만원, 광역자치단체장선거 5,000만원, 기초자치단체장선거 1,000만원, 광역의원선거 300만원, 기초의원선거 200만원 등이다. 공직선거에서 기탁금제도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후보난립을 차단하고 국민의 피선거권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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