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100주년의 의미가 크긴 큰가보다. 일찍이 이런 행사는 없었다. 지난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각종 축하행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것을 보고 민족의 독립과 평화를 염원하는 3.1운동 정신을 깊이 생각해봤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 1월부터 기념주화 발행, 기념우표 발행, 만세운동 전 국민 릴레이 행사, 독립유공자 후손초청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 담화에서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밝히며 새로운 한국 건설의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3.1운동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큰 변곡점을 이룬 역사적 사건이었다. 3.1운동은 손병희를 비롯한 민족지사 33인의 발기로 촉발됐지만 2000만 민족이 조국의 독립이라는 목적으로 한마음으로 뭉쳐 일제의 총칼에 맨손으로 저항하며 피를 흘린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비폭력적 민족의 항거였다.

3.1운동 이후 일제가 이른바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민족의 치열한 항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3.1운동 다음 해인 1920년 7월, 조선체육회가 창립한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조국해방의 그날까지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며 민족정기를 살리자는 취지로 창설한 조선체육회는 일제시대 때 일시적으로 해산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으나 해방과 더불어 대한체육회가 그 법통을 이어나가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체육의 화려한 명맥을 이끌었다. 일제시대 ‘하늘에 안창남, 땅에 엄복동’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사이클 선수로 대성하며 민족의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준 ‘자전거 영웅’ 엄복동과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세계최고기록을 세우며 월계관을 쓰고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인공이 됐던 마라톤 손기정 등 체육인들은 운동으로 일제에 맞선 진정한 독립운동가였다.

조선체육회는 해방 이후 대한체육회가 바통을 이어 나갔다. 한국체육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립되기 전에 1948년 런던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처녀 출전한 이후 신생국 ‘코리아’를 전 세계에 알렸다. 대한체육회는 한국스포츠의 총본산으로서 오랜 역사 속에 국가대표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으며,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으로 위세를 떨치며 한국스포츠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2020년 7월 창립 100주년을 맞는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 100년에 대한 역사 기록을 정리하는 ‘대한체육회 100년사’ 발간 작업에 들어갔으며 새로운 100년을 맞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짜기에 여념이 없다. 대한체육회는 현재 안팎으로 여러 도전과 난관에 직면해 있다.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스포츠 인구 저변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내부적으로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각됐다. 정치권으로부터 새로운 엘리트 체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력히 요구받으며 생활체육을 전담하는 대한체육회와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는 KOC의 분리 압력을 집요하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3.1운동의 결과로 민족지사들이 민족의 정신과 육체를 독립운동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창립한 대한체육회가 안팎에서 밀려오는 여러 난제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가 앞으로 남북한 통일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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