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12년 12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 모습.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10여일 앞두고 서해 발사장 재건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뒤 일부 해체됐던 서해 발사장의 주요 시설물들이 빠르게 복구되고 있으며 평양시 인근 산음 미사일공장에서도 미사일을 운송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의 국회 보고대로 회담이 성공하면 폭파할 수도 있었겠지만 회담이 실패하면 빠르게 반응하려는 준비의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 대한 압박카드이자 회담결렬에 대한 대비책이었던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장을 다시 짓고 있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북한의 강경 대응 움직임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나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북한과 달리 한미는 북미회담 결렬 후 합동 군사훈련을 모두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을 절감하고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키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을 중단했다고 말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두 가지 설명 모두 훈련 중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는 “훈련 중단은 북, 중에 미군 철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한미 동맹 파기를 촉발할 수 있다”면서 “훈련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수”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미사일 재개발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은 북미정상회담 전보다 더 악화된 셈이다. 

◆김정은 신년사에 이미 언급된 플랜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오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오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올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래 처음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플랜B’를 언급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년사를 통해 처음으로 ‘비핵화’를 언급함과 동시에 미국 등의 일방적인 강요 때는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천명한 것이다. 

◆개념차이만 확인한 북미 ‘비핵화’ 

하노이 회담을 되돌아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을 통해 ‘노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미 비핵화 합의 불발은 사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때부터 지속적으로 예견됐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개념이 완전히 달라 합의에 이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CNBC는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완전히 다른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입장에서 ‘비핵화’란 북한의 완전한 핵무기 포기를 의미하지만, 북한은 ‘조건부 비핵화’를 염두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었음이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입증된 것이다.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 앞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천지일보 2019.2.27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 앞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천지일보 2019.2.27

이번에 북한은 영변 핵단지 폐기의 대가로 유엔 안보리 제재 11개중 민생경제와 관련한 5개 항목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 사실상 전면해제 요구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이 요구한 5개 항목은 돈으로 따지면 연간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 미만이라고 한다. 제재 이전에 석탄과 수산물, 의류, 노동력 수출 등을 통해 북한이 벌어들인 돈을 토대로 계산한 금액이다. 북한이 얻을 경제적 실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음에도 막대한 투자를 한 영변핵시설을 내놓음으로써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미국에 먹힐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최선희 부상이 회담 결렬 뒤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계산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말한 대목은 이런 인식의 차이를 방증한다. 

북한이 영변 핵단지 전체 폐기를 카드로 내놓은 것은 파격적이지만 이는 과거와 미래의 핵 일부를 폐기하겠다는 것일 뿐 현재 보유한 핵과 핵개발 능력까지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미국이 생각한 비핵화를 고집하고 있다. 북미가 현재처럼 비핵화 개념부터 합의하지 못하면 북한 비핵화는 묘연해질 수밖에 없다. 

◆2차 회담 후일담 속에서 드러난 북한의 절박함 

6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담판 최종 결렬에 이르기 직전까지 북한은 회담 성사를 위해 매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제재완화가 절박했던 것이다. 

CNN에 따르면 하노이 회담 이튿날인 2월 28일 회담을 끝낸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지고 미국 측에 달려왔다. 회담에서 영변 핵단지의 폐기의 정의를 두고 벌인 논란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변이었다. 이 답변을 미국이 거부하자 최선희는 다시 김 위원장에게 달려갔고 영변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답변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협상을 거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몇 시간 뒤 워싱턴으로 떠나 버렸다. 이번 결렬로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는 무오류(無誤謬)의 수령 권위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향후 행보는 예측이 어렵다.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8시 30분부터 약 1시간 15분 동안 '김정은 동지께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공식 친선방문하시었다. 주체 108(2019). 2.23∼3.5'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내보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작별' 장면. (출처: 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8시 30분부터 약 1시간 15분 동안 '김정은 동지께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공식 친선방문하시었다. 주체 108(2019). 2.23∼3.5'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내보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작별' 장면. (출처: 연합뉴스)

김 위원장도 하노이 정상회담 10여일 전부터 서해 발사장 재건에 나선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완전히 믿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렬된 만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이유도 없어졌다. 

거기에 북한이 요구하던 한미군사훈련은 한미 양국이 알아서 중단했다. 이 때문에 한반도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졌다. 

이번 하노이 담판 결렬은 ‘비핵화’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간 김정은의 대변인이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가며 중재에 열을 올린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도 머쓱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도 제동이 걸릴 판이다. 지나친 낙관도 우려도 금물이지만, 새 국면을 맞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 북한 못지않은 발빠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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