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사태 때와 태도 비슷"

(베이징=연합뉴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심상찮다.

사건발생 이틀 만에 입을 연 중국 정부가 외견상 '중립 모드'를 강조하면서도 예전처럼 북한을 무작정 감싸려는 기색이 엿보인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이 24일 발표한 성명에는 북한의 느닷없는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한 도발에 대한 꾸짖음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데서도 이런 분위기가 잘 드러난다.

성명은 그저 "중국 정부는 남북한이 냉정과 자제를 견지하고 최대한 빨리 대화와 접촉을 가질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고 강조해 추가적인 상황 악화 방지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같은 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 발언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원 총리는 현재 엄중하고 복잡한 정세에 직면하고 있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유관 각 측이 최대한의 자제를 유지해야 하며 국제사회 역시 (한반도와 그 주변의) 긴장국면을 완화하는데 유리한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촉구했다.

실제 중국 수뇌부의 이런 인식은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요구에 대한 중국 정부 태도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중국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중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라는 전언이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미국 등에 당일 연평도 근해에서 한국의 사전 포격이 있었고, 특히 올해 들어 서해 상에서 한미 양국이 잦은 군사훈련을 강행해 북한을 자극한 게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의 근본 배경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그러면서 한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이달 28일부터 미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서해 합동훈련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총리가 "어떤 군사적 도발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밝힌 대목이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항모가 참가하는 한미 서해 합동훈련이 다시 북한을 자극하는 상황 악화조치로 여기며 이를 통해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되는 악순환이 생길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사실 중국 정부의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관영매체에는 북한 편들기가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CCTV 등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남북한 교전(交戰)'으로 규정하고서 양측의 주장을 균형 있게 전한다는 명분으로 "남한이 먼저 군사적 도발을 해 대응조치로 연평도에 해안포 공격을 했다"는 북한 논리를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양비론적인 시각을 부각시키면서, 나아가 북한의 선제도발 회의론까지 설파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런 태도로 볼 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되더라도 중국이 천안함 사태 때와 같은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이며 그로 인해 대북제재가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이런 모습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잠수함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국제합동조사단의 발표에도, 이를 외면한 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북한 편들기로 선회한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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