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차라리 동명이인이었으면” 전사자 기억하는 이들 애도 물결
장례 거부하던 유족과도 마찰 해소··· 27일 해병대장으로 엄수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문)광욱이는 책임감이 강하고, 무엇이든 솔선수범하는 학생이었어요. 휴학하고 갈 땐 건강히 돌아오겠다고 했었는데···.”

고(故) 문광욱 일병이 다니던 군장대학의 신재생에너지학과 담당 교수인 이희승 군장대학 교수는 문 일병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이 교수는 “어젯밤 6시 30분쯤에 자막으로 ‘문광욱 이병 전사’라고 떴을 때는 ‘설마이지’ 싶었다”며 “집으로 전화해 아버지와 통화하고 나서야 사실인 줄 알고 ‘가슴이 찢어지듯 마음이 아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故) 서정우(22) 하사와 문광욱(20) 일병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24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는 전사자들의 넋을 기리고 경의를 표하기 위한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이 교수도 어젯밤 문 일병의 전사 소식을 듣고 재학생 13명과 충남 논산에서부터 성남 국군수도병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같은 학과 한승민(27) 씨는 “광욱이는 성격이 밝고 씩씩했다. 수더분했지만 학과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할 정도였다”면서 “운동을 잘하고 또 좋아해 게임도 스포츠 게임을 했던 친구”라고 전했다.

24일 오전 9시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처럼 고인을 기억하는 친구와 은사부터 각계 계층의 관료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애도를 표시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20분까지 집계된 조문객만 해도 1176명. 장례식이 치러질 때까지 24시간 운영돼 조문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주로 오후 1~3시 사이에 조문이 많이 왔다”며 “지인을 비롯해 정치계 인사, 국 장병 등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날 손학규 민주당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치권 인사들과 군 관계자의 발길도 이어졌다.

오후 8시경에는 천안함 사건의 유가족이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다시는 북한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며 고인의 유족들을 만나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눴다.

고(故) 이용상 병장의 아버지 이인옥 씨는 “아내와 뉴스를 보고 아들 생각이 나 또 울었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전사자들의 영정을 보니 마치 내 아들을 보는 기분이었다”고 가슴 아파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유족들은 “천안함 사태가 발생한 지 8달 만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니 화가 난다”면서 “당국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사건 경위를 뚜렷하게 알지 못해 전사자 유가족이 장례를 거부하며 마찰이 일었던 가운데, 군이 브리핑을 통해 유가족과 장례절차를 합의했다. 군 당국과 유가족은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장례를 해병대장으로 27일 엄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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