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됐다. 설레는 새 학기지만 새로운 학교, 교사, 친구,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새 학기 증후군’을 호소하는 아이들은 새 학기가 마냥 설레지만 않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새 학기에 스트레스를 받는가?’라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50% 가까운 교사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주변에 “새 학기 시작 전 며칠 동안 심장이 벌렁거려 잠을 못 잔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교사도 많다. 교사들마저 앓는 ‘새 학기 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을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학교와 부모가 세심하게 관찰하고 돌봐줘야 한다.

‘새 학기 증후군’이란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친구나 담임교사, 교실 등 학교의 여러 요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복통, 두통, 심할 경우 우울증이나 심장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적응 장애를 말한다. 새 학기가 되며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다. 새 학기 증후군은 학기 중이나 학년이 올라가서도 그 증상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근본 원인을 제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중증의 ‘새 학기 증후군’을 앓았던 경험이 있다. 1970년대 초등학교 1학년이 충남 대전에서 제주도로 전학을 갔다. 사투리가 심한 제주도 말과 좁쌀보리밥이 주식인 음식에도 적응이 안 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해 한 달의 절반을 학교를 안가고 빠진 적이 있다. 회초리를 들고 학교에 가도록 등 떠미는 엄마와 죽을 만큼 학교에 가기 싫었던 ‘육지 왕따’였던 나는 매일 아침마다 실랑이를 벌이며 거의 전투를 벌이다시피 했다. 이 증상이 4학년이 될 때까지 지속되며 학교를 안가고 밖으로 돌았다. 당시 담임교사들은 내 속도 모르고 나를 가장 문제아로 낙인찍었을 것이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학교 가기 싫어!’하는 심정은 당사자인 아이만 이해할 수 있지 부모나 교사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교사는 다수의 적응 잘하는 아이보다 소수의 부적응하는 아이 입장에서 새 학기를 이해하고 바라봐야 한다. 방학 동안 자유롭게 생활을 하다 하루 종일 여러 친구와 어울려 통제된 생활을 하며 생기는 부담감도 크다. 특별한 증상이 없음에도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며 보건실을 찾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일 경우 ‘새 학기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잘 보살피지 않으면 심한 경우 학교폭력이 발생하거나 학교를 무단이탈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경우 더 세심하게 ‘새 학기 증후군’을 앓는지 살펴보고 마음의 상처를 돌봐줘야 한다.

‘새 학기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아이가 학교와 비슷한 생활에 미리 적응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개학 후 학교생활에 맞춰 기상·공부·식사·취침을 하도록 개학 전 최소 1주일은 생활하게 하면 적응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 공부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만큼 방학 중에 도서관을 이용해 실력을 향상시키면 공부에 대한 자신감으로 학교에 적응하기 쉽다. 낮 동안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나 새롭게 입학 할 학교를 찾아 축구나 야구, 달리기 등의 신체 활동을 통해 몸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좋다. 특히 새 학교에 입학하거나 전학 할 경우 부모가 같이 새 학교를 찾아 아이가 정을 붙이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모가 같이 운동하는 것은 서로의 친밀감 향상과 부모에 대한 신뢰도 향상에 절대적이다.

학기가 시작된 후에는 아이가 이상 증상을 보이는지 잘 관찰하면 적응도를 알 수 있다. 새 학기 증후군을 앓는 아이는 짜증을 잘 내고, 식욕이 줄어든다. 불면증보다는 무기력증으로 잠만 계속 잔다. 말수가 줄어들고 가슴을 답답해하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며 꾀병을 부리는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학교 차원에서도 3월에는 단축 수업을 하며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어울려 화합하고 단합하는 시간을 확보해주고, 담임교사에게는 최대한 많은 아이들과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줘 학생을 조기에 파악하도록 하면 문제가 줄어든다. 교사는 학생들끼리 어울리며 친구를 많이 사귀도록 유도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부모는 격려와 칭찬으로 아이들이 자신감과 안정감을 찾도록 해주면 좋다. ‘새 학기증후군’은 심리적 요인이 많으므로 학교, 교사, 학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3월에 제대로 파종된 씨앗은 알찬 수확을 거둔다. 누구에게는 설렘이지만 누구에게는 두려움이 새 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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