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손견은 불타 버린 건장전 터에 청소를 하고 진영을 세웠다. 그는 병사의 보고를 받고 우물에 빠져 죽은 여자의 시체에서 옥새를 발견하자 정보에게 그 내력을 물어 보았다. 정보는 그 옥새가 바로 화씨벽으로 만든 진시황의 옥새라는 것이었다. 정보는 그 내력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진시황이 동정호에 옥새를 던져 목숨을 건진 후에 10년이 지나 다시 천하를 순력해 화음현에 이르자 한 사람이 길을 가로막고 나와서 동정호에 던졌던 이 옥새를 바치면서 ‘이것을 조룡한테 돌려보내시오’ 했다 합니다. 그러나 진시황은 그대로 이 옥새를 거두어 버렸습니다. 그런 뒤 다음 해에 시황은 죽어버렸습니다. 진나라가 망한 후에 옥새는 한고조의 소유가 됐고, 그 후에 왕망이 역적질을 할 때 효원태후는 이 옥새로 왕심 소헌을 때리는 바람에 한 귀퉁이가 떨어져서 금으로 메운 것입니다. 동한(東漢)으로 나라가 바뀐 후에 광무제는 이 옥새를 의양 땅에서 얻어 지금까지 대대로 전위해서 사용한 것입니다. 최근에 소문을 들으니 십상시 난리 때 내시들이 소제(小帝)를 위협해 북망산으로 달아날 때 이 옥새를 잃었다 합니다. 이제 하늘이 주인께 이 옥새를 내리셨으니 이것은 주인께서 천자가 되실 분복을 지니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곳에 오래 지체하지 마시고 속히 고국인 강동으로 돌아가시어 앞으로의 대사를 도모해 보시는 것이 좋을까 합니다.”

화씨벽 옥새의 내력을 정보한테 들은 손견은 크게 마음이 동요했다.

“자네 말이 정히 내 뜻에 맞네. 내일로 몸이 불편하다고 원소한테 말하고 곧 강동으로 돌아가겠네.”

손견은 정보와 함께 뜻을 정한 뒤에 군사들에게 영을 내렸다.

“오늘 밤에 우물에서 이 옥새를 얻은 일에 대해서는 일체 누구한테도 말을 내서는 아니 된다. 명심들 하라!”

손견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병사 중에는 원소와 동향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는 손견이 옥새를 얻은 일에 대해 말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는 슬며시 진영을 빠져 나가 원소의 진영으로 밤을 도와 달려갔다. 그는 중요한 비밀이라며 원소 만나기를 청했다. 원소는 동향 병사가 왔다는 말에 그를 막사로 불려 들였다.

“그래 무슨 비밀스런 일로 나를 만나길 청했느냐?”

“손 장군이 우물에서 화씨벽 옥새를 얻었습니다. 말하자면 천자가 되는 옥새 말입니다.”

그 말에 원소도 놀랐고, 욕심이 동했다. 그는 그 병사에게 상금과 술을 내린 후에 진중에 비밀리 머물러 있게 했다. 이튿날 손견이 원소를 찾아왔다. 제후들도 함께한 자리였다.

“소장은 몸에 병이 생겨 일선에서 전쟁을 할 수 없습니다. 고향인 장사로 돌아가 쉬려 합니다. 특별히 맹주인 영감한테 작별을 하러왔소이다.”

원소는 손견의 말을 듣자 빙긋 웃었다.

“영감의 병은 옥새를 얻은 병이구려.”

손견은 깜짝 놀랐다. 얼굴빛이 변했다. 마음속으로 원소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아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겉으로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손견은 시치미를 뚝 뗐다.

“지금 우리들이 군사를 일으켜 역적을 치는 것은 국가의 해를 제거해 버리자는 의도입니다. 옥새는 국가의 신표입니다. 영감이 옥새를 얻었다면 마땅히 모든 제후들에게 한 번 뵌 후에 맹주한테 보관시켰다가 동탁을 벤 뒤에 국가로 돌려보내는 것이 옳다 생각하오. 그런데 영감은 지금 옥새를 숨겨 가지고 고향으로 가려하니 무슨 생각으로 그러 하오?”

원소의 점잖은 책망에도 손견은 얼굴빛을 바꾸며 펄쩍 뛰었다.

“암만해도 모를 말입니다. 웬 옥새가 내게 있단 말이오?”

“그럼 건장전 우물에서 꺼낸 것은 무엇이요?”

원소도 지지 않고 얼굴빛을 변하여 큰소리로 물었다. 손견은 더욱 핏대를 올렸다.

“생사람 잡겠구려. 아니 가진 물건을 가졌다고 어째 이리 핍박을 하오?”

“공연히 그러지 말고 순순히 내놓으시오. 좋지 못한 일이 생기리오.”

원소의 그 말에 손견은 손을 번쩍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맹세를 했다. “내가 만약 전국 옥새를 얻어서 사사로이 감췄다면 다음 날 와석종신 못하고 칼을 맞아 죽든지 살에 맞아 죽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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