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6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6

이민걸·이규진·임성근 등 10명

차한성 등 전·현직 대법관 제외

법관 66명 대법원에 비위 통보

비위명단엔 권 대법관 포함돼

성창호 부장판사도 기소명단에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해당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0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여러 사법농단 행위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법관 10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총 14명의 전·현직 법관들이 사법 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이번에 기소한 인물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시작으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임성근·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등 총 10명 이다.

관심을 모았던 권순일 현 대법관은 기소되지 않았다. 차한성 전 대법관도 제외됐다. 범행 시기와 가담 정도를 봤을 때 현 단계에서 기소하기엔 부적절하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이들이 각종 사법 농단 범행에서 역할에 대해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검찰은 대법원에 알리는 비위 통보 대상 66명에는 권 대법관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8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6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8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6

이번에 추가 기소된 이 전 실장은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 개입,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 저지와 와해 목적 직권남용, 국회의원 재판 청탁 관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범이라고 봤다.

이 전 위원은 헌법재판소 견제를 위해 파견 법관에게 주요 사건의 평의결과·정보 등 자료를 수집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결정 사건에 대한 재판 개입, 매립지 관할 문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의 빠른 선고를 위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특정 법관 모임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수석부장판사는 카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형사재판에 개입하고, 민주사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등 사건에 대해 양형 이유를 변경하게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오승환·임창용 등 프로야구 선수와 관련한 재판에 개입하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법관 비리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법관 수사 확대를 막으려고 당시 영장전담 판사였던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로부터 검찰 수사기록을 보고받은 뒤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얼마 전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재판을 맡았던 성 부장판사와 조 부장판사는 신 전 수석부장판사 행위에 적극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은 지난 2015년 11월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소송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1심이 당시 법원행정처의 기조와 다른 판결을 내리자, 항소심을 특정 재판장에 배당하게 한 혐의가 있다. 정상적 배당 과정이라면 당시 항소심 재판부에 배당될 수 없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양승태 사법부 당시 사법농단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양승태 사법부 당시 사법농단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2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부지법 소속 집행관 사무소 사무원의 비리 수사가 닥쳐오자 은폐를 시도하고,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9~11월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관련 재판 관련 기밀을 누설하거나 판결문을 수정하게 하는 등 혐의가 있다.

사법농단 수사 중 첫 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이 무려 2700자의 방대한 기각 사유를 들어 구해낸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도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재판 기록 등 자료를 빼낸 뒤 검찰 수사에 앞서 이를 파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법관 66명에 대해 증거 자료를 첨부해 대법원에 비위를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 기소 이튿날 법원 내부망을 통해 “검찰 최종 수사 결과를 확인한 뒤 필요하다면 추가 징계 청구와 재판업무 배제 범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세 차례 자체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전 기조실장 등 법관 8명에 대한 정직·감봉·견책 등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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