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전국부 특별취재팀] 해마다 하락하는 쌀 값 파동에도 마음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농부들이 있다. 일찌감치 농사 작목을 바꿔서 수익성을 찾아낸 농부들이다. 농사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농촌을 찾아간 귀농자들도 특수·화 작물을 통해 웃음을 되찾기도 했다. 본지는 이렇게 성공한 사례를 전국적으로 찾아봤다.

◆대전 ‘블루베리’ 불모지 한반도, 알고보니 적합지

▲ 블루베리 농장 베리팜을 운영하는 이신용 씨와 박미숙 씨 부부. /강수경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 수확시기인 6월의 블루베리 묘목(왼쪽). 블루베리 묘목은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어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아름다워 조경수로 쓰이기도 한다(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처음 시작할 때 사람들이 말렸죠. 우리나라에서 무슨 블루베리냐고요. 하지만 묘목을 심고 재배를 해보니 우리나라 땅이 블루베리가 자라기에 아주 적합했어요.”

올해로 10년 째 블루베리를 재배해온 베리팜 농장 이신용(50, 대전시 동구 구도동) 씨의 후담이다.

월세 단칸방에서 아내 박미숙(47) 씨와 함께 결혼 생활을 시작한 그가 지금은 농장을 7군데 마련하고 년 간 20톤 이 넘는 블루베리를 수확하는 농부로서 성공의 길을 달리고 있다.

치과산업을 직업으로 삼고 있었던 그는 블루베리가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농약을 안 하는 과실이기에 무공해 과실로 유명하지만 공기까지도 좋은 곳에서 ‘진짜’ 유기농으로 키우고 싶었다. 그가 고른 밭은 바로 야산이었다. 산 속에 밭을 만들고 블루베리를 심고 키우기 시작했다. 만약 팔지 못해도 가족들이 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그는 그동안 하던 농사에서 작목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해보지도 않고 걱정을 너무 많이 해요. 처음부터 무조건 수익만을 생각하다보니 그렇지요. 심하게 걱정해 병이 될 정도로 부담을 안고 해보려는 사람에게는 시작하지 말라고 권해요.”

그의 뜻에 따르면 농사도 이제는 포트폴리오다. 투자를 해도 되겠다고 판단이 서는 곳에 전부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분산투자를 해야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씨는 “묘목의 값이 내려가면 블루베리를 하지 말라고 권하죠. 이미 시중에 흔해졌기에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묘목이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 희소성이 있어 수익성에서 경쟁력을 갖춘 작물이라 할지라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이다.

블루베리는 원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다. 달고 신맛이 약간 있으며 날것으로 먹거나 잼·주스·통조림 등을 만들기도 한다.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으로 면역력을 높여줘 암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혈관을 청소해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줘 혈관이 많이 분포한 눈에 좋다고 전해진다.

◆대구, 전국 최대 연근생산지 효자 노릇 톡톡!

▲ 전국 재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대구 연근. /박수란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대구는 전국 최대 연근생산지다. 흔히들 대구하면 특산물로 사과를 떠올리지만 연근은 대구지역 농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구의 연근 재배면적은 223㏊로 전국 재배면적(511㏊)의 44%를 차지한다. 대구 반야월과 하빈 등이 대표적 연근 생산지로 총 172농가가 있다. 한 농가당 연간 30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내고 있으며 이는 벼농사에 비해 2~3배가량 높은 수익이다.

연근은 연(蓮)의 뿌리로 농사를 지을 때 농약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웰빙식품, 친환경식품 등으로 알려지면서 각광받고 있다.

40년 전 아버지 때부터 연근 농사의 대를 이어오고 있는 변우기 대구연근연구회 회장(45, 대구 동구)은 “대구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여름과 겨울의 계절이 뚜렷하고 유난히 뜨거운 여름날씨 덕에 연이 잘 자란다”며 습지가 많은 토양의 특성도 한몫 한다고 말했다.

연은 4~5월에 뿌리째 심어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수확한다. 변 회장은 “연이 자란 후 땅 밑의 연근을 수확하는 것이기에 흙을 몽땅 갈아엎어야 한다”며 “조금이나마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포크레인을 사용한 후에 수작업을 한다”고 고충을 털어났다.

힘들지만 정성스럽게 수확한 연근은 서울 가락시장, 경동시장 등 전국 각지로 유통된다.

예로부터 중국에서 불로장수 식품으로 불려온 연근은 장내 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저하시키고 비타민 C가 많아 감기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연근을 물과 5~10% 비율로 끓여서 마시면 설사를 멈추게 하며 코피 등을 멎게 하는 지혈작용을 한다.
연의 종자는 아미노산, 아스파라긴, 알기닌, 티로신 등이 함유돼 자양강장제로 이용되며 감초를 조금 넣어 진하게 끓여서 먹으면 허약체질의 기를 보충해 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대저 짭짤이 토마토, 농가 소득도 ‘짭짤’

▲ 대저 짭짤이 토마토. (사진제공: 우리토마토농장)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겨울철 건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되는 5가지 슈퍼푸드 중 하나가 토마토다.

토마토에는 항산화물질인 라이코펜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항암기능은 물론 당뇨, 고혈압, 성인병, 노화방지에 탁월한 기능을 갖고 있다.

또 비타민C와 활력을 증진시켜주는 비타민B군, 비타민A, 철분,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건강식품으로 잘 알려진 토마토 중 더욱 특별한 토마토가 부산 대저에 있다. 그것은 바로 짭짤이 토마토.

짭짤이 토마토는 새콤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나며, 일반 토마토보다 작고 아삭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 우리토마토농장 김정용 대표가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제공: 우리토마토농장)

우리토마토농장 김정용 대표는 “짭짤이 토마토는 대저에서 유일하게 재배되는 채소로, 대저 지역은 타 지역과 달리 토양 자체에 염류도가 높아 이곳에서 재배한 토마토는 수분보다 과육이나 과즙이 많아 당도가 높아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짭짤이 토마토 당도는 10 브릭스(Brix)로 비타민 함량 등이 일반 토마토(5~6 브릭스)보다 2배 높아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어 농가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김정용 대표에게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다. 대저에서 생산된 모든 토마토가 짭짤이 토마토가 아니며, 일 년 수확의 1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소비에 비해 생산량이 턱 없이 부족한 탓이다.

이에 김정용 대표는 “짭짤이 토마토 덕에 대저 토마토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지만 짭짤이 토마토는 크기가 작고 생산량이 적어 인기만큼 농가 소득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짭짤이 토마토를 더 많이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농가 소득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토마토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남, 겨울사과 ‘장성사과’의 특별한 외출

▲ 당도가 높아 맛이 좋기로 유명한 장성사과. (사진제공: 장성군청)

우리나라의 맛 좋은 사과들은 대부분 해발 400~500m로 10월 중순에 수확시기를 갖는다. 하지만 전라남도 장성군에서 재배되는 사과는 해발 80~100m에서 11월 중순에 수확하는 특징을 갖는다.

장성군농업기술센터 조재형 지도사는 “장성사과는 타 지역에서 재배하는 사과보다 수확시기가 늦어져 당도가 더 높은 편이나 착색은 떨어지는 특징을 가졌다”고 말했다.

실제 장성군과 경북대학교 윤태명 교수가 2009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한 장성사과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장성사과의 크기는 국내 사과 주산지의 평균보다 크지만 착색은 낮은 경향을 나타낸다고 전하고 있다.

해발이 높은 지역일수록 기온차가 높아지는데 사과의 착색이 이 영향을 받는다. 이에 장성사과는 해발이 낮은 지역이기에 착색에 농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타 지역에 사과에 비해 당도는 높아 맛이 좋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조재형 지도사는 “사과는 영하 3도 이하면 얼기 때문에 기온이 떨어지기 전 수확하지만 장성군은 남쪽이기 때문에 11월 중순이여도 얼지 않아 수확철이 늦다. 그래서 당도가 타 지역보다 0.5~1.5°Bx 높아 맛이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적 요소로 겨울에 맛 볼 수 있는 장성사과는 값도 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미 맛이 좋다는 입소문을 피할 순 없는 법. 보통 사과 10kg에 3~4만 원선이던 사과 값이 장성사과의 경우 6만 원대를 넘어서면서 그 맛과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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