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위원회’가 1일 서울시청 광장 인근에서 3.1운동 100년 한국교회 기념대회를 연 가운데 (왼쪽부터)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 3.1운동 100년 한국교회 기념대회 준비위원장 윤보환 목사, 엄기호 목사가 ‘3.1 정신과 순교신앙 계승을 위하여’란 기도제목으로 통성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위원회’가 1일 서울시청 광장 인근에서 3.1운동 100년 한국교회 기념대회를 연 가운데 (왼쪽부터)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 3.1운동 100년 한국교회 기념대회 준비위원장 윤보환 목사, 엄기호 목사가 ‘3.1 정신과 순교신앙 계승을 위하여’란 기도제목으로 통성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

하나님 뜻보다 앞서는 부국강병 기원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종교계 연합 정신으로 이뤄진 3.1운동, 이러한 이유로 올해 3.1운동 100주년은 종교계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특히 100주년 당일인 지난 1일에는 이를 기념하는 각 종교의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다채롭게 열렸다.

이런 가운데 서울에서는 교계 연합기관과 주요 교단 등의 주최로 대규모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 기념대회’가 열렸다. 3.1운동 100주년의 특별함을 보여주듯 기념대회는 기존 개신교 행사와는 규모부터 남달랐다. 시청광장에서부터 을지로 일대까지 약 300m 구간은 태극기를 든 유년, 청년을 비롯한 약 2만여명의 교인들로 가득 찼다.

기념행사 가운데서도 기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목사들의 특별 기도였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목사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 강대국 사이에서 가장 큰 나라와 민족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뒤이어 나온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공무원들이 백성들의 마음을 잘 살피고, 성령의 인도함으로 이 나라를 잘 이끌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또 다른 목사는 시장 경제의 꽃이 활짝 펴서 한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되는 기적을 베풀어달라는 기도문을 낭독했다.

목사들의 기도 가운데서는 여기저기 주를 찾는 소리가 쏟아졌다. 사회자가 통성기도를 이끌자 교인들은 익숙한 듯 ‘주여’를 세 번 외치고 두 손을 높이 들고 통성으로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통성기도로 행사장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목사들의 기도는 하나같이 대한민국의 국력만을 바라는데 초점이 맞춰 있었다. 기독교 신앙의 기준으로 삼는 성경에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여기에서 ‘그’는 곧 ‘하나님’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면 모든 것을 더해준다는 게 신의 뜻이다. 그러나 목사들의 기도에서 ‘하나님의 의와 나라’를 구하는 대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3.1절 100주년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의미도 있지만, 종교인으로서는 종교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선언이다. 개신교인인 최남선이 초안을 작성한 기미독립선언서에는 성경에 마지막 때 등장할 하나님 나라로 기록된 ‘새 하늘 새 땅’을 염원하고 있다. 당시 종교인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나라다. 또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갖고 싶은 것으로 ‘높은 문화’를 원했다. 높은 것은 하나님이 계시는 하늘이 아닐까.

부국강병과 경제중심국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에 앞서 종교인이라면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향한 기도가 우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집단적인 욕망이나 사회적 대의를 바라는 기도가 그토록 종교인들이 거룩하게 여기는 하나님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방적인 기도’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오늘날 목회자들은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고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장)”는 예수의 가르침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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