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정은의 열차가 다시 평양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 보따리 선물을 싣고 가려던 김정은 위원장의 야무진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난 것 같다. 물론 북한 대표단은 베트남 정부에 쌀 수만 톤 정도는 얻어냈을 가능성이 높다. 수행원 중 노동당 경제담당 부위원장인 오수용의 모습이 자주 사라지곤 했는데 아마도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명을 받고 베트남 식량지원 담당 관계자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이 결렬되기 직전까지 베트남은 북한이 따라 배워야 할 ‘본보기 나라’라고 치켜세웠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열 받은 모습’으로 희망의 나라를 떠나야만 했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가장 예리한 분석을 내놓고 있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은 그제 북한 매체가 정상회담 결렬 소식이나 대미 비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과 관련, “북한 언론은 절대로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채널A ‘뉴스탑텐’에 출연해 “수령은 늘 백전백승하는 강철의 영장이다. 오류를 범할 수 없고, 수령이 관여한 일은 백프로 백전백승해야 하는 게 북한이 돌아가는 시스템의 원천”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은 김정은의 출발부터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이 진두에 나섰기 때문에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끌고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 언론은 절대로 (회담이) 결렬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다른 건 김정은도 회담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많은 정치국 위원과 경호 위원을 데리고 왔다. 그들이 비록 같이 와서 회담에 관여는 안 했지만, 회담 진행을 다 알게 됐다”면서 “북한은 아무 일 없이 성공한 것처럼 보도하지만, 김정은은 아마 많이 화가 났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베트남에서도 화난 심정을 꾹 누르고 태연한 모습을 자꾸 보여주려 하지만, 거기 나온 북한 간부들, 일정 수행하는 김정은, 김여정 다 보면 상당히 긴장돼있고 어두운 표정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또 “이번 회담을 결렬시킨 기본 인물은 볼턴과 이용호”라고 말한 뒤 “우선 회담 끝난 상황을 이야기하면, 이용호가 밤에 기습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북한이 설득하려 노력했는데 미국 측이 또 주장했고 대화가 상당히 공방이 오갔다고 한다”며 “이에 대해 끝까지 논쟁할 사람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아니다. 김정은이 어정쩡한 순간에 북한에선 총대를 이용호가 멨고, 미국은 볼턴이 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 그는 이번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은폐 의혹을 던진 것은 “볼턴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볼턴은 가끔 세미나에 나와서 북한이 추가 핵시설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핵의혹에는 볼턴이 서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볼턴이 이번에 트럼프를 시켜서 바로 회담에 들어가면서 이 문제를 김정은에게 던졌다. 이때 김정은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과학적인 자료를 들이대니 매우 놀랐고, 이를 인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내심 볼턴은 만세를 불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이런 데 말려들기 시작하면 김정은이 무슨 얘기 할지 가늠이 안 되기 때문에 총대를 이용호가 넘겨받았을 것이고, 계속 이야기가 이어지면 최고영도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꼬투리를 잡힐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그만둬야 한다고 했을 것”이라며 “볼턴은 자기가 의도하는 바가 됐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이 회담에서 이룰 것을 다 이뤘다’하고 물러났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 결과를 북한이 어떻게 보도할지 궁금하다. 아마도 부정적인 것은 다 빼고 베트남 공식방문 결과만 대서특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루빨리 분노를 삭이고 제3차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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