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우리나라는 3월이면 모든 학교가 개강을 한다. 학령인구의 급감, 유아교육정책의 위기, 청년실업문제, 교육의 독립성 훼손 등이 뒤엉켜 교단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공교육의 황폐화·형해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은 일취월장 팽창일변도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공교육의 현주소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구도 대한민국 교육의 공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번창을 일군 원동력은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정부도 국민도 일심으로 교육에 매진해 일군 성과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나 수요에 부응해 발전을 거듭한 공교육은 그 긍정적 평가 이면에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그 문제점이 이제는 중증질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단기적 처방에서부터 장기적 정책수립까지 종합적 교육정책의 방향성과 방법론에 대한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였거늘 우리나라는 웬일인지 5년지대계도 못되는 조령모개식의 교육정책, 특히 입시정책으로 학부모와 재학생, 아니 전 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이 국가정책의 상수가 아닌 변수로 취급받는 것은 아닌지? 교육이 다른 산업분야의 종속변수로 홀대 당하는 것은 아닌지? 교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명제는 누가 어떻게 교육을 잘 시켜 인간성이 풍부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가에 있음에도, 교육현장이 이념투쟁을 장으로, 오도된 인권투쟁의 장으로, 복지논쟁의 장으로, 기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한 벽돌 찍어내기식 영혼 없는 교육으로 무미건조한 인재를 양성하는 공장(?)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교육을 국가정책 제1순위로 두고 이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근본적으로 교육은 국가책임이므로 중앙정부가 관심을 갖고 교육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 주고, 나머지 세부적인 것은 지자체나 교육청에 그 권한을 대폭 위임해야 하며, 특히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정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학교에 권한과 책임을 맡겨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로 중앙집권적 교육감독권한을 쥐고 있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독립성을 갖춘 가칭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공교육현장을 초토화시키는 기형적 현상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대개혁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 현행의 수능시험제도, 수시·정시전형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각자에게 그의 것을 돌려주라”는 로마의 법언처럼 대학에게 학생선발권을 돌려주는 게 맞다. 또한 직업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실업계고교 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실업계 고교에서 대학진학반을 대거 운영하는 편법은 고쳐져야 한다. 독일의 직업교육에 대한 공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제대로 된 직업교육과정을 운영토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교육에 편중된 교육시장의 생태계를 확 바꿔야 한다. 사교육중심의 교육시장이 일반화되면 사회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켜 국민통합을 방해하게 되고, 학원가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잠자는 식의 공교육황폐화를 가져오게 된다. 

교육은 인간형성의 과정이며 사회개조의 수단이다. 교육은 바람직한 인간을 형성해 보다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며 나아가 사회발전을 꾀하는 작용이다. 교육은 결코 국가의 전유물일 수 없으며 국가와 사회 그리고 학교가 함께 해 선한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을 개척해야 할 지고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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