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피아니스트 바딤 루덴코(Vadim Rudenko) (사진제공: 메노뮤직)

낭만주자 쇼팽과 브람스 음악 느낌 ‘그대로’ 전달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그의 피아노 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 같았다. 분명 부드러운 바이올린 소리와 아름다운 첼로 소리가 들렸다. (중략) 그는 낭만주의 시대 음악을 표현하는 몇 안 되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프랑스 파리의 르 피가로(Le Figaro)지에서 러시아계 피아니스트의 거장으로 새롭게 떠오른 ‘바딤 루덴코(Vadim Rudenko)’의 연주를 듣고 표현한 말이다.

낭만파 음악은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특히 표제음악은 ‘음’을 ‘말’하는 것처럼 생각해 표제를 갖는 시 또는 문학적 내용이나 그에 바탕을 둔 환상을 표현하는 음악으로 낭만파의 주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바딤 루덴코가 지난 15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에서 첫 곡으로 선보인 쇼팽의 1839년 작품 ‘피아노 소나타 no.2 op.35’는 낭만주의, 낭만파에 속한 쇼팽이 18세에 작곡한 3곡의 소나타 중 한 곡으로 ‘장송 행진곡’이라는 부제로도 유명한 곡이다.

쇼팽은 20세 때 떠난 자신의 고향 폴란드 바르샤바를 죽을 때까지 돌아가지 못해 항상 그리워했다. 그는 그러한 감정을 그대로 곡에 담았는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나머지 악장들이 서로 뚜렷한 연결이 없고, 독특한 구성을 가진 채 피아노 소나타 no.2 op.35 네 개의 악장이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op.35’는 원래 소나타 형식으로 쓸 생각이 없었으나 후에 소나타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된 이상 쇼팽의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라면 쇼팽이 어떤 느낌으로 곡을 썼는지 연주 포인트로 삼기에 충분하다.

연주자 바딤 루덴코는 이러한 쇼팽의 감성과 이론이 접목된 소나타를 건반 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긴장된 리듬과 여리고 강한 셈여림의 극대화를 잘 표현했다. 특히 이 작품은 흩어진 악장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각 악장마다 완성된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75마디의 짧은 4악장은 시종일간 동음으로 연주되는 셋잇단음표 반복이 특이한 악상이다. 셋잇단음표의 진행은 거칠게 부는 바람소리와도 같고 알아들을 수 없는 미묘한 리듬들이 오히려 긴장감을 더하게 해준다.

리사이틀에서 선보인 또 다른 낭만파 작곡가 브람스의 변주곡인 ‘파가니니 변주곡 op.35’는 바이올린의 거장 파가니니가 작곡한 무반주 독주용 ‘24의 카프리치오’ 작품 no.1 중 마지막 a단조를 브람스가 28개의 변주곡으로 작곡한 것이다.

변주곡의 특징은 기교가 화려하며, 다양한 기법이 담긴 것이 특징이다. 특히 파가니니 28개의 변주곡은 브람스 기교의 정점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에튀드(연습곡)와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곡이며, 6도 스케일과 폭넓은 도약, 강했다가 약해지는 악상 중간의 정확한 소리내기, 세심한 터치 등은 브람스의 당시 시대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바딤 루덴코는 건반 하나 하나 놓치지 않아 세심하고 부드러우며 때로는 강한 충격을 주는 상반된 정확한 터치를 잘 구사했다. 이런 이유로 그가 낭만시대 곡을 연주하는 몇 안 되는 사람에 꼽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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