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난 한국과 일본의 실력 차에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이 일본보다 두 배 가까운 금메달을 획득하며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자 ‘일본은 그간 뭐했나’라는 자책과 함께 원인을 찾느라 분주하다. 오랜 경기침체로 G2의 자리를 중국에 내준 일본이, 한 수 아래로 보던 한국의 주요 대기업 전략을 분석하고 한국이 어떻게 일본을 넘어 스포츠 강국이 됐는지 연구하고 있다.

1945년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패망했다가 6.25 전쟁을 계기로 경기회복에 박차를 가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던 일본의 자만심은 그간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적어도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그래 보였다. 우리도 일본을 배우자며 일본 알기에 온갖 힘을 쏟았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처럼 부자나라 일본은 아시아 최고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보였고, 우리와의 체력과 경제력 차이는 날로 벌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잘하는 사람도 노력하는 사람은 못 따라간다더니 뒤늦게 열강 속에 뛰어든 대한민국은 지금 스스로 대견해할 만큼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경제대국을 넘어 세계 경제 대국 10위권에 진입하고 얼마 전 G20 의장국의 역할도 충실히 완수했다.

일본인들은 한국이 단순 후발주자가 아니라, 일본인의 정신문화를 한류가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긴장한 듯하다. 이미 일본인들은 단순 한류를 넘어 한식과 한국문화에 젖어들고 있다. 과거 일본이 우리에게 강압적인 문화침탈 행위를 한 반면, 한국은 드라마라는 장르로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한류열풍이 아이돌 가수로 이어지면서, 소녀시대 안무 교본이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남긴 역사적 앙금은 쉬 사라질 수 없는 것들이어서, 일본에 뒤졌을 때 우리는 더 분노했다. 이제 일본이 우리를 연구하고 분석하기에 바쁘다니 이런 터를 닦아준 우리 선열들과 국민들이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다. 현재에 자만하지 않고 더욱 노력한다면, 세상을 한국의 우수한 정신문화로 뒤덮을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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