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김덕수

외래문물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무엇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구됩니다.

첫째는 자기 문화에 대한 엄밀한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외래문물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와 영향력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곧 주체적 수용이 되어야 외래문물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작금의 상황은 심각한 소화불량에 걸려 있다고 보면 됩니다.

불자에는 세속을 탈피한 사람이란 뜻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불자들의 삶은 여타의 세속인들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차이점이 있어야 합니다. 스님들이 입는 옷을 치의라고 부릅니다.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전래되면서 우리 문화에 접목되어 토착화의 과정을 겪었습니다.

일반 백성들이 주로 옷을 지어 입던 삼베나 광목천에 먹물을 들여 입으면서 소탈한 의상으로 세속적 욕망을 다스려 왔습니다. 우리 민족은 원래 질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가치를 두었습니다. 치의에는 한마디로 가장 간소하고 질박한 삶을 살겠다는 출가자들의 마음가짐과 철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가장 보편적이고 저렴했던 삼베가 요즘 세상에는 가장 비싸고 사치스런 물건이 된 지 오랩니다. 그럼 당연히 현실에서 실지에 맞게 변용하는 것이 옳습니다. 학문이나 도가 현실과 괴리되었다면 이미 그 가치를 상실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보편타당한 가치는 특별하거나 유별나지 않고 평이합니다. 질박하면서 실질을 중상하지 않고 사치에 흐른다면 그것은 타락한 것입니다.

많은 불자들이 묻습니다. 불자들은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합니까? 육식을 해서는 안됩니까? 오신채는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요? 등은 석가세존께서 제시한 팔정도대로 수행하고 신행생활을 한다면 쉽게 풀리는 문제들입니다. 무슨 종교든 정법이라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관이 존재합니다.

종교란 으뜸되는 가르침이란 뜻입니다. 으뜸되는 가르침이 되려면 정신이 위주가 되어야 합니다. 정신이 외연 독립하려면 먼저 수행생활과 수도를 통한 철저한 금욕과 절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금욕생활이 스스로의 통제를 거치면 몸과 마음이 서서히 맑아져 정심으로 가기 위한 토대가 구축됩니다. 심신을 맑히려면 채식 위주의 생활이 저절로 됩니다.

오신채는 주로 매운 성질을 가져 섭취하면 몸에서 많은 열을 내줍니다. 육식과 곁들이면 소화를 돕고 맛을 돋우며 지방을 분해시켜 줍니다. 우리 한국인은 육식을 했을 땐 반드시 마늘을 익혀 함께 먹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육식을 밥 섭취량보다 많이 하면 몸을 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신채는 심신을 풀어지게 합니다. 수도에 있어 그 기초가 튼실하게 바닥이 짜이기 전까지는 오신채와 육식은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그러나 수도가 온전히 되면 마늘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수행자도 몸이 극도로 허약해졌을 땐 방편으로 육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보신탕이라고 해서 개고기를 너도나도 먹는 풍조가 생겼습니다. 심지어 어린애들까지 무분별하게 먹이고 상용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라는 짐승은 피부에 땀구멍이 없습니다. 그래서 열을 밖으로 발산하지 못해 그 고기에는 많은 열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수행자가 몸의 기혈이 온전하게 돌아가지 않은 상태에서 탐심으로 개고기를 먹게 되면 머리로 엄청난 열이 올라가 상단전을 거의 태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하는 사람들과 학문하는 집안에서는 금기시하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몸이 너무 허약해 개고기로 몸보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증 폐결핵에 걸린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어 몸을 보신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명약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상단전을 상하지 않는답니다. 참으로 우리 인체의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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