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메이저리그의 성공을 위한 관문을 통과해서였을까. 영광의 금메달을 목에 걸자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메이저리거 추신수는 울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참을 수 없었다. 주장 봉중근이 다 큰 애가 눈물을 흘린다며 장난기 어린 말로 놀려댔다. 이처럼 추신수가 감격해 하는 모습은 국내 방송과 신문에 생생하게 보도됐다.

야구계가 ‘추신수 신드롬’으로 들떠있다. 추신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아 부와 명성을 한꺼번에 쥐게 됐기 때문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추신수의 활약은 최고 뉴스감이었다. 추신수가 19일 밤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3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한국타선을 지휘하며 9-3의 승리를 이끌었을 때 MBC, KBS, SBS 등 방송 3사는 생중계로 내보냈다.

방송사들이 생중계한 추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청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단체종목인 야구는 개인 종목과 달라 특정한 선수 한 명이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팀웍과 선수들의 개인기가 함께 어우러져야 좋은 전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의 독무대나 다름 없었다. 단연 추신수의 활약이 돋보여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모든 이들이 그를 지목하는 데 이의를 달지 않을 정도이다.

추신수의 성적표는 상상을 초월한다. 5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14타수 8안타(.571) 10사사구 3홈런 2루타 2개 11타점 8득점 3도루로 맹활약했다. 장타율은 무려 1.357 출루율 역시 .750에 달한다. 5경기에서 10개의 사사구를 얻을 정도로 집중 견제에 시달리면서도 역대 어느 대회에서 한국 타자가 이처럼 압도적인 활약을 했었나 의구심이 들 정도의 원맨쇼를 펼쳤다. 대만을 비롯해 한국과 경기를 한 팀들은 추신수를 봉쇄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추신수가 이처럼 대활약상을 펼친 것은 예상 밖이다. 메이저리거로서 막강한 타력을 보여줄 것으로는 기대했지만 그 이상의 수확을 거두었다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에서 2년 연속 타율 3할과 20홈런-20도루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지난달 귀국한 추신수는 모든 일정을 접고 오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곧바로 페이스 조절에 나섰던 것이 큰 효과를 보았다.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대회였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특례 혜택을 받아 메이저리그에서 안정된 선수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승을 하지 못하면 병역문제가 걸려 메이저리그에서의 생활이 결코 순탄치 않다. 그만큼 다른 선수들보다 우승이 필요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야 잘 됐지만 만약 한국이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추신수에게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올해 뛰어난 활약으로 많은 연봉인상이 예상됐으나 병역문제가 걸림돌이 되면 최소 백억 원대의 거액이 날아갈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추신수는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괴력의 타격으로 입증해 보였다.

병역특례 혜택으로 추신수는 장기 계약의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클리블랜드에 당당히 거액을 요구할 수 있게 됐으며 몸값이 3년간 2천만 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단신으로 미국 프로야구에 뛰어들어 마이너리그를 거쳐 시애틀에서 뛰다가 클리블랜드에서 기라성 같은 타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주포로 자리잡은 추신수는 박찬호에 이어 한국야구의 성가를 올려주며 국민적 사기를 높여주었다.

앞으로 미국 프로야구에서 그의 성공은 한국 야구의 발전과 위상 강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기에 국민적인 주목을 끌 것이다. 추신수는 한국의 젊은이라면 마땅히 이행해야 할 병역문제를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특례 혜택을 받았으니 만큼 큰 책임감과 명예를 갖고 국위선양에 더욱 기여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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