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작가

앞날을 알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며 기업이 기업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방면이든 늘 우위를 점하고 있어야 한다. 이때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유행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해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무턱대고 잘되고 있는 것을 따라 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기업이 따라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관점이 곧 판매력’이다.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은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고, 새로운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인재들을 한곳에 모아 두고 특별 관리를 한다. 기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며, 알고 있는 것을 기초로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내고, 상상 이상의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일본의 리켄 콘체른의 총수였던 이치무라 기요시는 남다른 아이디어로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아이디어가 대단한 곳에서 떠오르거나, 치열한 공부를 통해 얻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수많은 강의를 듣고, 책을 읽는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창의력이 좋아지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험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아이디어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아이디어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강의와 책, 공부를 통해 그것을 얻고자 한다면 평생 그것을 쫓아다니기만 할 뿐,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치무라 기요시는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느 날, 어느 백화점의 화장실을 이용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우연히 옆의 여자화장실의 이야기 소리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 별 생각 없이 흘려 들었지만, ‘오늘 남편이 출장을 갔다 돌아오는데 용돈을 받지 못하면 어쩌지…’라고 말하는 대화에 순간 그의 뇌리에 섬광이 번뜩였다.

‘여자들이란 화장실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는구나’.
그는 그걸 깨닫자마자 바로 도시에 있는 수많은 여자화장실을 생각했다. 여자화장실은 어디에든 있었다. 그는 우선 다섯 명의 여학생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서 특정 회사와 백화점 화장실에 파견했다. 하루종일 느긋하게 앉아서 여자들이 대화하는 것을 적어 오는 게 그들의 일이었다.

좀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이 얻어온 정보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그녀들이 모아온 정보를 통해 당시 일본 여성들의 특징 몇 가지를 추출할 수 있었다.

- 구매력의 중심이 20대로 옮겨가고 있다.
- 그 중에 상류 가정의 여성이 많고, 그들은 대부분 연애를 하고 있다.
- 그들은 먹고 자는 것을 집에서 하면서 결혼 준비를 하기 때문에 수입 전부를 자신의 치장에 쓰고 있다.

그는 이런 정보를 통해 여성들을 겨냥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자 화장실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일본 시장을 주름잡은 거대한 아이디어가 된 것이다. 그처럼 아이디어는 대단한 장소에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엄청난 공부를 통해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의 조언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는 시장에 있다.

이처럼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연결 지어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부진과 이서현은 간혹 직원들과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하면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다양한 관점을 발견해 끝없이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려 한다.

물론 그들이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화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과 함께 이야기함으로써 얻는 다양한 관점이다. 그처럼 창조적인 인간이 되려면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도 탐욕이라고 부를 정도로 열정적인 호기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출퇴근할 때도 될 수 있는 대로 매일 다른 코스를 이용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점심을 먹어도 매일 다른 코스를 이용하고 다른 식당을 이용하려고 신경을 쓴다.

이런 게 귀찮을 수도 있지만, 나 자신에게 매일 다른 자극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가지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이런 차이가 모여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대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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