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0주년] 종교계 기념행사 ‘우후죽순’… 한기총은 또 文대통령 공격

[천지일보=강수경, 김성완, 이지솔, 임혜지 기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종교계 곳곳에서 진행됐다.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하며 각 종단들은 제각각 3.1운동을 기념했지만, 100년 전 종파를 초월해 하나가 됐던 3.1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모습이라 보기 어려웠다.

100년 전 천도교를 중심으로 종교계가 손잡고 3.1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것처럼 올해도 천도교는 7대 종단을 모아 기미독립선언서를 발표했던 종교인들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종단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의 참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개신교는 곳곳에서 저마다 기념행사를 진행했고, 보수성향이 짙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집회를 열고 비난을 쏟아냈다.

천도교 등 7대 종단 종교인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1일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3.1운동10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했다. 각 종교계 성직자들이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는 추진위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마련한 ‘3.1운동 100주년 자유‧평화‧상생 선언문’이 발표됐다.

종교인들은 “100년의 발걸음을 그날처럼 이어 가자”며 “지난 100년 역사의 고난이 우리의 뼈와 살이 되어, 백두에서 한라까지 자유 민주, 평화 통일, 공존 상생의 소리로 나아가자”고 목소리를 냈다.

개신교에서도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교계 연합기관, 평신도단체협의회,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등으로 이뤄진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 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 인근에서 ‘민족과 함께, 교회와 함께’라는 주제로 3.1운동 100년 한국교회 기념대회를 열었다. 기념대회에는 2만여명(주최측 추산)의 참석자들이 참가했다.

이승희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일제 총칼에 맞서 순교정신으로 항거했던 선열들의 뒤를 따라 뼈를 깎는 각오로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며 “오늘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민족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윤보환 기념대회 준비위원장은 “3.1운동 백주년을 맞이해 개신교는 사상과 이념 싸움이나 정치적 지지세력의 대립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3.1운동 정신과 순교신앙을 계승해 민족과 세계 복음화의 리더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전국 교회,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에서는 종을 울리거나 나각·나발소리에 맞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곳곳에서 기념행렬도 이어졌다. 한국교회위원회는 개풍 로터리에서 을지로 입구로, 기독교감리교는 서대문 유관순기념관에서 동화면세점으로 행진했다.

특히 불교계는 3.1운동 정신을 계승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룩하자며 전국 1만 5000여 사찰에서 33번 타종식을 봉행했다.

불교 29개 종단(종파)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스님)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법회’를 열었다.

법회에는 조계종·태고종·천태종·진각종·관음종·총지종·대각종 등 종단협 회장단 종단을 비롯한 20여개 종단지도자 200여명이 함께했다.

독립 순국선열 추모 헌화와 묵념을 올린 원행스님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불교계 선언문’을 낭독했다. 원행스님은 “용성스님, 만해스님을 비롯한 33인 이하 조선 만민의 숭고한 독립자주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한다”며 “합심과 화합, 이해와 포용, 자비와 평화를 실천하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종단협 차석부회장 회성정사가 민족대표 33인의 3.1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3.1정신을 계승하자고 당부했다.

대웅전을 나온 사부대중은 백초월스님의 진관사 태극기를 그린 손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삼창을 했다. 법회가 끝난 후 종단 지도자들은 서울 광화문에서 거행되는 정부 공식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한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교계 연합기관 등의 주최로 진행된 ‘3.1운동 100년 한국교회 기념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광화문 인근에서 ‘문재인 탄핵 3.1절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한기총 주최 집회에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집회에서는 3.1절을 기념하기보단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정부의 3.1절 행사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대한민국을 부정하기 위한 획책”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3.1운동과 독립운동의 본질을 모르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절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문 대통령이 회개하지 않는다면 탄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