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1운동 100주년인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시민들이 만세행진을 재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1운동 100주년인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시민들이 만세행진을 재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

남녀노소 불문, 광장 가득 채워

文대통령 “신한반도체제로 전환”

시민 “독립투사 생각나… ‘감격’”

“나라 사랑하는 마음느껴 ‘뭉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념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 펴졌다. 100년 전 빼앗긴 나라의 주권을 되찾고자 거리로 나왔던 사람들처럼, 행사장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와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쥔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만여명의 시민이 당시의 만세운동을 재현했다. 3.1절 기념식이 광화문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100년만에 최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정치·종교계 인사들도 함께 자리한 이번 기념식은 국민의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독립선언서 낭독, 헌정공연, 독립유공자 포상 수여식, 대통령 기념사, 만세운동 재현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독립선언서 낭독에는 여성인권운동가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참여했다. 독립유공자 포상 수여식에서는 유관순 열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 수상은 유 열사의 조카인 유장부씨가 대리로 받았으며, 유 열사의 이화학당 100년 후배이자 유관순횃불상을 받았던 이화여고 2학년의 윤수진양이 추서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100년 전 오늘, 우리는 하나였다. 남과 북도 없었다. 우리는 함께 독립을 열망했고 국민주권을 꿈꿨다”며 “3.1 독립운동의 함성을 가슴에 간직한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독립운동의 주체이며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제100주년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제100주년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또 문 대통령은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될 것이며 새로운 100년은 그때에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새로운 100년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100년이 될 것”이라며 “‘신한반도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 기념사 후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이 하늘에서 숫자 ‘100’을 그리며 비행했고, 시민들은 “만세”를 외치며 3.1운동을 재현했다. 여성, 노인, 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은 저마다 3.1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감격스러움을 나타냈다.

11살 딸과 함께 나온 이화경(41, 여, 경기도 평택)씨는 “3.1운동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두가 함께 했던 날”이라며 “100주년을 맞은 이날의 뜻 깊은 의미를 아이에게 알려주고자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3.1절 정신을 느끼고 싶어 행사장을 찾았다는 임형주·고범수(인천 가정고 2학년)군은 “유관순 열사는 우리 같은 나이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만세’를 외쳤다”며 “행사에 참석하니 유관순 열사와 같은 독립투사들이 생각난다. 정말 존경스럽고, 그 분들의 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1운동 100주년인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만세행진을 재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1운동 100주년인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만세행진을 재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

IT업계에서 일하는 서일성(49, 남)씨는 3.1운동에 대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너나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민중이 일어나 시위를 벌인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라면서 “이러한 의미 있는 날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광장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나온 권희정(가명, 20대, 여, 서울)씨는 “광장에 들어서는데 가슴이 뭉클했다”며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구나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0년 전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거리에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던 그 때 그 분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나라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시민이 광장에 나온 것을 보고 감격하면서도 남북이 함께 행사를 열지 못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시민도 있었다. 김용식(76, 남, 인천 서구)씨는 “광장에 나온 사람들을 통해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의 마음이 느껴져 감격스럽다”면서도 “남북이 함께 행사를 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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