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친환경 포장’ 열풍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홈쇼핑과 식품 업체들은 특히 신선식품 배송박스를 종이로 바꾸고 제품 포장재와 인쇄 잉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있다. 종이를 활용한 CJ오쇼핑의 ‘친환경 보냉패키지’와 서울우유 친환경 배송박스. ‘친환경·친인체’ 물질로 인쇄한 오리온 제품들. (제공: 각사)
유통업계의 ‘친환경 포장’ 열풍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홈쇼핑과 식품 업체들은 특히 신선식품 배송박스를 종이로 바꾸고 제품 포장재와 인쇄 잉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있다. 종이를 활용한 CJ오쇼핑의 ‘친환경 보냉패키지’와 서울우유 친환경 배송박스. ‘친환경·친인체’ 물질로 인쇄한 오리온 제품들. (제공: 각사)

“‘必환경 시대’ 대응 본격화”

홈쇼핑, 배송포장재 탈바꿈

재활용·재사용 높이려 고심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지난해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시작된 유통업계의 친환경 바람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명절 때마다 조명되는 선물세트 포장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수준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변화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23억개 배송포장 ‘脫플라스틱’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배송 포장’에서의 친환경 바람이 가장 빠르게 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택배물량은 연간 약 23억개(2017년 기준)에 달한다. 특히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는 신선식품 배송이 늘어나면서 환경오염을 고려한 변화가 일고 있는 것. 홈쇼핑업계를 중심으로 일반 식품업체들도 배송 포장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서울우유 공식 쇼핑몰 ‘나100샵’은 최근 ‘친환경 냉장 배송박스’를 도입했다. 이는 열전도율이 낮은 두겹의 골판지를 사용해 종이류로 분리배출이 가능해 재활용이 쉽도록 했다. 친환경 박스 내부에 증착된 알루미늄(VM-PET)은 외부의 빛을 차단하고 산소 투과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서울우유는 우선 고객들의 수요가 가장 높은 치즈 선물세트 배송에 활용하고 점진적으로 냉장 배송이 필요한 모든 제품군에 친환경 박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홈쇼핑 업체들의 노력은 더 활발하다. CJ ENM 오쇼핑 부문도 식품 배송에 ▲종이 보냉박스 ▲친환경 아이스팩 ▲종이테이프로 이뤄진 ‘친환경 보냉패키지’를 도입했다. 종이 보냉박스는 알루미늄 라미네이트 필름을 붙인 종이판을 종이상자 안에 포함해 냉동을 유지하게 된다. 이 종이판은 스티로폼 박스보다 보냉 효율성이 90% 이상 높아 식품 신선도 유지에 탁월하며 박스 내·외부가 종이로 이뤄져 재활용이 가능하다. 아이스팩도 기존 화학성분의 젤리형태 보냉재가 아니라 순수한 물로 만들었다. 또한 박스 포장테이프도 종이로 만들어 전체 패키지를 재활용·재수거가 가능한 친환경으로 바꿨다. 종이 보냉패키지는 일반 스티로폼 포장에 비해 약 68% 이상 가격이 높지만 CJ 측은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아이스팩을 무료로 수거해 재활용하는 자체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매달 8만개를 모아 연간 100만개 규모의 아이스팩을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반응도 좋다. 첫 캠페인 시작 2시간 만에 4000명이 이벤트에 참여해 조기 마감됐고 아이스팩 재활용률이 95%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친환경 아이스팩을 사용한 롯데홈쇼핑도 적용 범위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기존 아이스팩보다 27%가량 단가가 비싸지만 연간 100만개가량 사용하던 아이스팩을 친환경으로 대체해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과자부터 식품까지 친환경 적용

식품·제과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롯데제과는 분리배출을 쉽게 할 수 있게 포장재에 변화를 주고 있다. 박스형 제품은 쉽게 접을 수 있게 했고, 용기에 스티커는 잘 떼어지도록 바꿨다. 드림카카오와 퀘이커 케이스에 우선 적용했고 하비스트, 야채크래커, 크런키볼, 나뚜루컵·파인트, 드림카카오GABA, 마시는 오트밀 등도 추가 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2014년부터 과대포장을 개선하는 작업과 함께 친환경 포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불필요한 포장재 크기를 줄이고 있으며 2015년 3월에는 20여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인쇄도수를 낮춰 연간 88톤의 포장재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작업도 진행했다. 2015년 12월에는 포장재 인쇄와 접착에 쓰이는 유해화학물질은 모두 ‘친환경·친인체’ 물질로 대체하는 ‘그린포장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2017년 11월에는 잉크제조사 ‘성보잉크’, 인쇄용 동판제조사 ‘한두패키지’ 등과 협력 2년 만에 휘발성유기화합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경친화적 포장재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는 식품용 포장재로는 최초로 환경부 ‘녹색기술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포장재는 제조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인 총미연소탄화수소(THC)와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방출량을 기존 대비 각각 83%, 75% 줄여준다. 현재 초코파이情, 포카칩, 예감, 초코송이, 후레쉬베리, 카스타드 등의 포장재에 사용 중이며 전 제품으로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 대기업인 CJ제일제당 역시 포장재를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자사 ‘패키징센터’를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명 이상의 석·박사 연구원들이 외부 학계 및 전문기관, 포장재 공급업체와도 협력하고 있으며 3가지 ‘친환경 패키징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먼저는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패키징 정책을 펴고 있다. 햇반 용기의 ‘음압구조’가 대표적이다. 음압구조 형태로 불필요한 내부 빈 공간을 최소화했고 두께도 최초 용기 대비 30%를 줄였다. 제품들의 박스규격도 줄이고 있다. 두 번째로는 폐기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포장재 소재를 일원화하거나 포장재를 에코백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폐기 후 환경오염을 고려해 매립 시 땅속의 미생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될 수 있는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통해 매년 CO₂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2020년에는 CO₂1만 2458톤, 원가절감 40억원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가정 내 가공식품 소비가 많아지고 재활용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대두되면서 이제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업체들이 최대한 친환경 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며 투자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 전략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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