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철썩이는 바닷물결 ‘신령한 거문고 소리’처럼 아름다웠네
[쉼표] 철썩이는 바닷물결 ‘신령한 거문고 소리’처럼 아름다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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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등대 전망대 밑의 바닷가에 크고 넓은 바위들이 깔려있는데, 이곳이 ‘영금정(靈琴亭)’이다. 영금정의 유래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 신묘한 율곡이 들리는데, 이 소리를 ‘신령한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하여 영금정이라 불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
속초 등대 전망대 밑의 바닷가에 크고 넓은 바위들이 깔려있는데, 이곳이 ‘영금정(靈琴亭)’이다. 영금정의 유래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 신묘한 율곡이 들리는데, 이 소리를 ‘신령한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하여 영금정이라 불리고 있다. 파란 바다와 붉은색의 영금 정이 대조돼 더 매력적이다. ⓒ천지일보 2019.3.1

강원도 속초, 먹거리·볼거리 풍성
당일치기 여행으로 제격 

전국 유일 ‘갯배’ 체험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푸릇한 바다와 낭만, 그리고 사람하면 떠오르는 도시는 어디일까. 대표적으로 강원도 속초가 있다. 서울에서 약 2시간 반 남짓한 거리에 있는 이곳은 해돋이 명소로 유명할 뿐 아니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데이트하기에 좋은 곳이다. 완연한 봄이 찾아오는 계절, 당일치기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탁 트인 기분을 얻고 싶다면 속초를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작지만 관광자원 풍성한 도시

속초의 면적은 강원도 시군 중에서 가장 작다. 하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만큼 관광지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도시다. 가까이는 설악산이 있어 인근을 찾더라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속초라는 이름은 조선 영조 36년(1760)에 편찬된 ‘여지도서(輿地圖書)’에 처음 나온다. 여지도서는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성책한 전국 읍지다. 속초(束草)라는 이름의 유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울산바위에 새끼줄을 둘렀다는 옛 전설에서 유래한다는 설이다. 또 다른 설은 속초의 지형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풀을 묶어 먹여주어야 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래서 속초를 순우리말로 ‘풀묶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양한 먹거리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두는 속초관광수산시장ⓒ천지일보 2019.3.1
다양한 먹거리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두는 속초관광수산시장ⓒ천지일보 2019.3.1

◆먹거리 풍성한 속초관광수산시장

속초 도심 한가운데에는 ‘속초관광수산시장’이 있다. 전통시장인 만큼 입구부터 왁자지껄하다. 지역민도 있겠지만 주말이면 이곳은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파가 붐빈다. 속초·동해·삼척 등 동해안에 가까운 도시는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얻는 수산물이 가득한데, 이곳 시장에는 동해의 수산물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러다 보니 제철을 맞은 동해안의 싱싱한 수산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통시장은 눈으로만 즐거운 곳이 아니다. 먹거리도 풍성해 입까지 만족시킨다. 다양한 수산물은 물론 속초의 대표 음식인 ‘오징어순대’ ‘아바이순대’와 ‘닭강정’까지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속초를 찾는 사람들은 바다를 둘러보기 전 전통시장을 둘러보며 다양한 먹거리를 즐겼다. 여행을 온 한 커플은 맛있는 음식을 서로 먹여주는데 얼굴에는 미소가 절로 꽃피었다. 이날 하루가 추억의 보물 상자에 차곡히 담기는 듯했다.

갯배를 타는 관광객의 모습 ⓒ천지일보 2019.3.1
갯배를 타는 관광객의 모습 ⓒ천지일보 2019.3.1

◆실향민 교통수단이던 ‘갯배’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10분 정도 걸어 나오면 유난히 푸르른 속초 바다를 만나볼 수 있다. 얼마나 푸르른지 사진을 찍어도 철썩이는 물결이 선명할 정도였다. 흰색의 어선도 일렬로 정박해 있었다. 새벽 내내 고기잡이를 하다 이제야 겨우 쉬고 있는 듯 했다. 하늘 위로 날아다니는 갈매기는 이곳이 바닷가임을 더욱 실감 나게 만들어줬다.

특히 이곳에는 ‘갯배’가 있다. 갯배는 쉽게 말해서 뗏목 수준의 바지선(소형선박)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속초시에서만 갯배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사용해왔으며 갯배나루에서 탈 수 있다.

승선하는 곳에서는 1인당 5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사람이 직접 와이어를 끌어당기는 힘으로 배를 이용하기 때문에 주로 힘센 남성이 갯배를 움직인다. 승선인원은 10여명 정도로 배를 타는 시간은 약 5분이다.

속초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낚싯배 ⓒ천지일보 2019.3.1
속초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낚싯배 ⓒ천지일보 2019.3.1

현재 갯배는 속초 시내와 ‘청호동 아바이마을’을 연결해 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1950년 6.25전쟁 때 피난을 내려온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고향에 갈 수 없게 되면서 이곳에 실향민 마을을 만들게 됐다. 이곳 지형은 섬과 비슷한 곳의 끝부분에 있어서 교통이 불편했다. 처음에는 속초 시내를 갈 때 돌아서 가야 하는 수고가 있었지만 갯배가 생긴 이후 곧바로 속초 시내를 갈 수 있게 됐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갯배여서인지 유난히 갯배선착장에는 관광객의 줄이 길었다. ‘언제 줄어들까’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생각보다 금방 갯배를 탈 수 있었다. 아빠의 손을 잡고 갯배에 오르는 다섯 살가량의 여자아이.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지만 갯배가 신기한지 금세 ‘까르르’ 웃어댔다.

짙푸른 바다 위에 펼쳐진 영금정의 모습 ⓒ천지일보 2019.3.1
짙푸른 바다 위에 펼쳐진 영금정의 모습 ⓒ천지일보 2019.3.1

◆등대 밑엔 널찍한 바위

갯배선착장에서 차로 4분 남짓한 거리에는 속초 등대 전망대가 있다. 그리고 등대 밑의 바닷가에 크고 넓은 바위들이 깔려있는데, 이곳이 바로 ‘영금정(靈琴亭)’이다. 영금정의 유래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 신묘한 율곡이 들리는데, 이 소리를 ‘신령한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하여 영금정이라 불리고 있다.

이 같은 전설을 통해 이 일대가 바다 위의 울산바위처럼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했던 돌산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말에 속초항의 개발로 모두 파괴돼 지금은 넓은 암반으로 변해 옛 모습이 사라졌다.

영금정 위에 세워진 동명해교 ⓒ천지일보 2019.3.1
영금정 위에 세워진 동명해교 ⓒ천지일보 2019.3.1

영금정은 1926년 발간된 ‘면세일반(面勢一般)’에서 처음 기록을 볼 수 있다. 또 김정호의 ‘대동지지(大東地志)’를 비롯한 조선시대 문헌에서는 이곳 일대를 ‘비선대(秘仙臺)’라고 불렀다. 선녀들이 밤이면 남몰래 하강해 목욕도 하고 신비한 음곡조(音曲調)를 읊으며 즐기는 곳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즉, 이 일대의 경치가 신비한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98년 성금을 모아 정자를 지어졌다.

정자에 오르니 유난히 푸른 바다와 널찍한 바위가 한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바위 위에도 갈매기들이 앉아 쉼을 얻고 있었다. 이때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일까. 아직 바닷바람이 차지만, 이곳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고자 하는 청춘남녀들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가득했다.

비록 신령한 거문고 소리 같은 파도 소리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동해의 푸릇한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았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옛 선인들이 찾고 기뻐했을 모습이 아른아른 떠오를 정도였다.
 

널찍한 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의 모습. ⓒ천지일보 2019.3.1
널찍한 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의 모습. ⓒ천지일보 20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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