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9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전 11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선언'을 결정할 단독회담을 갖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2019.2.28
28일 오전 9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전 11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선언'을 결정할 단독회담을 갖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2019.2.28

트럼프 “미국 원하는 비핵화 수준에 北 응하지 않아”

“영변 외에 미사일·핵탄두·무기체계 빠져서 서명 못해”
전문가 “트럼프, 자국 여론 의식해 무리한 요구” 지적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북미 2차 핵 담판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파행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미국 측은 “북한 측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수준에 응하지 않았고 모든 제재완화를 요구했다”며 회담 결렬 이유를 설명했다.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협상에 대해 기대감이 있었지만 오후 들어서 기대감은 무산됐다.

양 정상은 전날 만찬 회동에 이어 이날 오전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단독회담에 이어 양측 참모진과 함께 확대회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예정된 업무오찬과 공동서명식을 취소하고 회담장을 떠나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14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4시 14분)경 JW메리어트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수준을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며 결렬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가(미국 측이) 원했던 부분에 대해선 비핵화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회담이 결렬된 직접적인 이유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비핵화 의지가 있었다”면서도 “우리에게(미국 측에) 완전히 제재를 완화하도록 요구했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의응답에서 ‘영변 플러스알파를 원했던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 필요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서 “추가로 발견한 것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추가로 발견된 것이 ‘우라늄농축 시설 등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 첫 단계(영변 핵폐기)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 레벨까지 포기하려고 했다면 서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 미사일·핵탄두·무기체계 등이 빠져 있어서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며 “목록작성 신고 등도 요구했지만 이번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는 돼 있었다. 하지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함부로 서명을 했다면 끔찍하다는 반응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지 못했는데 제재완화를 이르게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김 위원장과 대화를 재개할 여지는 남겨뒀다. 그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과 계속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분위기는 굉장히 좋고 우호적이었다.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것이 아니며, 우리는 따뜻한 분위기에서 악수를 나누고 나왔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동의한다. 북측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전보다 상당히 가까워졌다”면서 “우리가 조금 더 많이 해내기를 많은 이들이 원한다. 지금의 결과물을 가지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이후 곧장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귀국했다.

◆전문가 “불신 속 지나친 비핵화 요구 비현실적”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미 간에 심각한 불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북한에게 핵·미사일 프로그램 신고까지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이 북한에게 이러한 요구를 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나쁜 합의’를 하지 않을까하는 미국 내의 여론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언 청문회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을 염려했다는 분석이다.

정 본부장은 “이번 회담 결렬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북미관계 재경색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남북관계 진전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정 본부장은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북한과 협상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 정부는 남북미 간 실무협의를 조기에 추진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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